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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弘益人間)’의 삭제, 세상을 어지럽히는 교육법 개정 논의조영달의 교육 칼럼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 승인 2021.04.26 11:57

[여성소비자신문]최근(2021. 03. 2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 등 12인의 의원들은 교육기본법 2조의 교육이념에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삭제하고 민주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바꾸려하다가 이를 철회하고 사과했다. 청와대 청원 등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법 개정내용 뿐만 아니라 논의와 합의 과정이 생략된 절차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는 교육의 이념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12인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러한 교육기본법 2조를 ‘교육은 모든 시민으로 하여금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시민으로서 사회통합과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개정하려 한 것이다.

즉,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삭제하고, 개인에 대하여는 인격 도야와 자주적 생활능력을 공동체에 대하여는 민주시민의 자질 함양을 제시한 교육의 역할을 대신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시민’으로 새롭게 규정하여 국민 개인에 대한 교육의 역할을 없앴다. 또한 국민 개인에게는 인간다운 삶을, 국가 사회에는 민주국가의 발전을, 지구촌에는 인류공영의 이상을 달성하려는 교육의 목적을 ‘사회통합과 민주국가의 발전’으로 대체하여 개인과 지구촌 사회에 관련된 부분을 서술에서 제외했다.

이러한 교육기본법 2조의 철회된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개정안에서 강조된 ‘민주시민’이나 ‘민주국가’의 정신과는 반대로 절차의 민주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사실 국가 교육의 기본 철학을 바꾸려는 일에 국민적 논의는 필수적인 것이며 심지어 여당의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교육부와 협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음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또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일연(一然)의 ‘삼국유사(三國遺事, 1281)’와 이승휴(李承休)의 ‘제왕운기(帝王韻紀, 1287)’에서 환인(桓因), 환웅(桓雄), 단군(檀君)의 건국과정을 기술하는 과정에 나타난다.

이 말은 우리의 교육이념이자  상고사에서 민족의 시조로 추앙받고 있는 단군의 고조선 건국 이념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은 우리 사회의 기저를 이루는 정치이념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사실 나라의 교육과 정치에는 그 활동이 다른 활동을 더 잘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음에서 연유하는 메타성이 있다. 또한 교육과 정치는 이를 필요로 하는 활동들이 그 목표가 달성되면 교육과 정치가 최소화될 수 밖에 없다는 무위지치(無爲之治)의 속성을 지닌다.

이러한 점들은 사회 내에서 교육과 정치는 이념적으로 그 맥을 같이 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 헌법 전문이나 전문이 표방하고 있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말의 의미 속에는 그 기저에 홍익인간의 이념이 내재해 있음도 우연이 아니다.

참고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강령(1935)’ 제1장 총강 2항은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국정신은 삼균제도(三均制度)에 역사적 근거를 두었으니….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하자는 우리 민족이 지킬 바 최고공리(最高公理)이다.’

이 점에서 보면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삭제한다는 의미는 일면 논리를 확대하면 우리 정치의 이념을 없앤다는 말로도 들리게 된다. 이는 정말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여당 국회의원 12인이 “무작정 용감하게” 법 개정을 시도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이에 더해 앞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다행히 철회되었지만 제안되었던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민주시민이란 사회공동체적 측면을 주로 강조하여 원래의 현행 교육기본법 2조가 지니고 있는 개인, 사회, 지구촌이란 관점의 교육의 역할과 목적 대상에 대한 생각을 축소하는 것이었다.

과연 국민 개인과 지구촌 사회의 영역이 교육의 역할과 목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것인가? 이 또한 너무나 중차대한 논의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답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개정은 무지와 졸속의 산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인이 지닌 정신유산의 근저인 홍익인간을 왜 없애려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도무지 이해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논어 양화장(論語, 陽貨章)에서 공자님은 ‘용감하기만 하고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세상을 어지럽히게 될 것’이라 말씀하셨음(好勇不好學, 其蔽亂也)은 기억할 만하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k-lee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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