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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신경림 '갈대'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3.26 12:12

[여성소비자신문]   갈대

신경림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는 흔들린다. 그 흔들리는 모습에서 종종 연약한 인간 존재와 비유되고 상징되어 왔다. 그런 갈대가 속으로 울고 있다는 것을 시인은 마침내 귀띔해 준다. 흔들림으로서 그의 생존을 알리고 소리치는 것이라고 여겨왔지만, 보이는 모습 그대로 그저 바람에 흔들리고 달빛에 기우는 가벼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 조용한 울음은 남이 알지 못하는 근원적인 고통과 고독의 아픔을 삭여내는 혼자만의 깊은 울음이다. 그런데,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갈대의 조용한 울음은 사회적 갈등과 괴로움, 상호 관계의 고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슬픔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차린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 모든 생명은, 아니 인간에게는 더욱 허무하고 고독한 불완전한 존재로 삶의 숙명적인 비애가 깃들여 있다. 서로 채워주며 함께하는 삶 속에서 흔들림은 그래도 좌절하지 않지 않을까.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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