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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혜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사장스크린 보면서 웃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 탁!’
강지원 기자 | 승인 2013.07.25 11:41

영화제 통해 사회 문제 깨달아
제10회 서울시 여성상 대상 수상
“여성적 관점의 문화예술에 힘 보탤 것”

[여성소비자신문=강지원기자]베티나 오벌리 감독의 스위스 영화 <할머니와 란제리>에서 할머니 마르타는 남편을 보내고 외로운 생활을 한다. 무력감에 빠졌던 마르타는 란제리 가게를 열게 된다. 일순간 작은 시골마을은 소란스러워지고 마을 사람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다. 그러나 결국 마르타는 비난과 방해 속에서도 란제리 가게를 성공시킨다.

“이 영화에서 마르타의 아들은 마을의 목사인데도 사람들 앞에서 어머니를 질타합니다. 목사의 말은 권위가 있으니까 사람들은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시선에서 란제리를 바라봅니다. 마르타는 아주 품격 있고 아름다운 란제리를 만들고자 했을 뿐인데 그 자체가 음란한 것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죠.”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혜경 이사장은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 잡은 권위적 시각을 꼬집은 영화 <할머니와 란제리>와 관련, “익숙하다고 해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다”면서 “여성영화제는 ‘맞아, 저 할머니는 왜 저렇게 당해야 해?’ 하면서 문제를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혜경 이사장은 1997년부터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영화의 파급효과는 영화제를 찾는 관객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증명됐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전신인 여성문화예술기획은 1992년 본격 페미니즘을 선언했다. 각 장르의 여성예술가, 학자, 평론가들이 모여 여성문화 예술운동을 여성적 시각에서 창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연극, 여행, 새로운 워크숍, 콘서트부터 요즘 유행하는 힐링 프로그램까지 굉장히 많은 프로그램들을 만들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영화제입니다.”

영화제 초기에는 관객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영화제가 15회를 거듭하면서 남성 관객은 30, 40%를 차지하게 됐고 연령대도 20대 위주에서 50, 60대, 가끔 70대까지 다양해졌다.


여성영화 공감층 점차 확대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웃고 떠드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맞아!’ 하고 깨닫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의 기존 생각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것이죠. 우리가 좋은 작품을 프로그래밍 해서 다양한 각도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시선을 만들고 관객이 자기의 주관, 생각을 갖게 되는 것도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기능입니다.”

이화여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여성의 위상이 예전에 비해 급격히 높아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예전에 대학을 다닐 때 ‘여대생’이라는 말이 상투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전국에서 약 30%정도가 여대생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30%가 아니라 3%였던 거예요. 지금은 대학을 다니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덕분에 의사 결정직에 있는 여성의 수도 많아졌죠.”

이 이사장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5학년 때 시민회관에서 본 찰리채플린의 <모던 타임즈>가 계기가 됐다. 그리고 특별히 여성을 주제로 한 영화에 눈을 돌린 것은 마를린 호리스 감독의 <침묵에 대한 의문>을 보고 나서였다.

“어느 상점에서 여자들이 옷을 고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 점원이 한 여자를 지목하면서 ‘당신, 옷을 훔쳤지. 가방 열어보시오’라고 큰 소리로 모욕을 줍니다. 주부들은 심리적으로 뭔가에 억압됐을 때 엉뚱한 곳에서 욕망을 푸는 경우가 있죠.

이 여자도 그랬고, 점원의 말에 너무 당황해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그때 갑자기 여자들이 몰려와서 집단으로 남자를 구타하기 시작했고 나중에 ‘누가 그 남자를 죽였는가’에 대한 재판이 열립니다. 재판 내내 여자들은 누가 죽였는지 말하지 않았고 심지어 어떤 여자는 미친 듯이 웃기도 해요.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살인은 나쁘지만 더 집단적인 행동의 억압성은 무엇이고 저 침묵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죠. <모던 타임즈>와 <침묵에 대한 의문>을 봤을 때 영화의 힘에 대해 너무 놀랐습니다.”


   
 
“<모던 타임즈>보고 영화의 힘 느껴”

이 이사장은 여성들이 고유의 방식과 문화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상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찾아서 자신만의 시선, 세상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공동체 안에서 동참하고 그로 인해 살림의 문화, 나도 살고 다른 사람도 살리는 주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 이사장은 여성영화제를 개최하고 한국여성감독 발굴·지원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월 30일 제10회 서울시 여성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앞으로도 영화제, 포럼, 대학 강연 등을 통해 여성적 관점의 문화예술에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영화제를 통해 내면으로부터의 설렘, 내면으로부터의 떨림을 느끼고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강지원 기자  jiwon512@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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