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국내 식품업계에 경영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모양새다. 최근 식품업계 오너 3~4세들이 잇따라 승진,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실적 및 성과에 업계 안팎의 시선이 모인다.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부사장과 차남인 박재홍 전무를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월 경영에 복귀한 이선호 부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대상그룹도 임상민 전무에 이어 임세령 전무를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이외에 삼양식품과 농심그룹, 아워홈, 크라운제과, 사조그룹 등도 3세 경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이트진로, 박태영 사장·박재홍 부사장 승진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부사장과 차남인 박재홍 전무를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3세 형제경영 체제가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태영 사장은 테라와 진로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과 소주 시장 내 독보적인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박재홍 신임 부사장은 해외사업을 총괄하며 소주 세계화에 앞장섰다. 박태영 사장과 박재홍 부사장은 지난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CJ, '경영 복귀' 이선호 부장 승계 가능성은

업계 "CJ올리브영 매각 자금으로 CJ주식회사 지분 확보 유력"

CJ제일제당은 올해 1월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발령을 받아 경영에 복귀한 이선호 부장의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이 부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으로 지난 2019년 대마초 밀반입 혐의로 구속 기소 돼 업무를 중단한지 1년 4개월 만에 일선에 복귀했다.

1990년생이며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바이오사업팀과 식품전략기획 1부장 등을 거쳤다.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 인수 후 통합전략 작업을 이끄는 등 미국시장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K-푸드 발굴과 글로벌 사업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CJ그룹은 현재까지 ‘경영 승계 작업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2022년 기업공개를 앞둔 CJ올리브영의 매각이 승계 자금 마련에 동원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CJ올리브영 최대주주는 CJ주식회사로 지분 55.01%를 보유 중이다. 현재 CJ주식회사의 지분은 대부분 아버지인 이재현 회장이 갖고 있다. 이경후 부사장은 1.19%를 보유하고 있고, 이선호 부장은 2.75%로 매우 미미하다. 그룹 승계를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CJ그룹의 경우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부사장도 경영에 참여 중이다. 이 부사장은 CJ ENM을 통해 미디어사업을, 이선호 부장은 CJ제일제당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상그룹 자매경영 시작될까...임상민·임세령 전무 등기이사 선임

대상그룹도 임세령 전무를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차녀인 임상민 전무가 등기이사에 오른지 1년 만에 큰 딸도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자 재계에선 대상홀딩스의 이번 결정을 두고 “대상의 3세경영이 본격화 된 것”이라며 “국내 경영계에 드문 형태의 자매경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 나온다. 대상홀딩스는 동생인 임상민 전무가 지분 36.71%를 보유하신 최대주주고, 임세령 전무가 20.41%를 보유하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세령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삼양식품 전병우 이사, 전인장 회장 경영공백 메우며 경영 수업 중

김정수 사장 ESG위원장으로 복귀 예정

삼양식품은 전인장 회장·김정수 사장 부부가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전 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전병우 이사는 1994년생으로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후 2019년 10월 회사에 공식 출근해 2020년 5월 해외사업본부 부장 직함을 달며 해외사업을 총괄했으며 현재 경영관리부문장을 맡아 이용섭 경영전략본부장(상무) 아래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삼양식품은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김정수 총괄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법무부에서 취업 승인을 받아 횡령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 이후 1년 만에 회사에 복귀하는 것이다.

다만 김 사장은 경영을 맡는 대신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 이사가 경영 승계를 위한 준비 단계를 밟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심그룹, 장자 승계 원칙따라 승계 구도 정할 듯

농심그룹도 신동원 부회장의 장남 신상열 대리를 중심으로 승계구도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신 씨는 1993년생으로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후 외국계 회사의 인턴으로 근무하다 지난 2019년 농심 경영기획팀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대리로 승진해 경영 전략·기획·예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홀딩스 지분은 1.41%로 오너 3세 중 가장 많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이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해온 만큼 신상열씨가 경영 승계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20대 후반인 만큼 본격적으로 승계 작업이 이뤄지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아워홈은 구자학 회장의 장남이자 아워홈 최대주주인 구본성 부회장, 크라운해태제과는 윤태현 크라운제과 창업주의 장손인 윤석빈 대표, 사조그룹은 고 주인용 창업주의 장손인 주지홍 사조해표 부사장 등 3세 경영인들이 이끌고 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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