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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나태주 '산수유'[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3.15 15:37

[여성소비자신문]산수유

   나태주
 

아프지만 다시 봄

그래도 시작하는 거야
다시 먼 길 떠나보는 거야

어떠한 경우에도 나는
네 편이란다

코로나19가 어서 돌아가야 할 텐데, 대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으니  답답하다. 게다가 코로나는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씌워 서로 터놓고 말을 주고받지도 못하게 한다. 눈만 쳐다보며 웃는 얼굴인지 화난 얼굴인지 무슨 마음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내용만을 전달하라는 것이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은 오고 있는데, 힘겹게 생명들이 피어나고 꽃이 피고 있는데 마음껏 마중하며 즐기지도 못한다. 거칠고 깡마른 나뭇가지에 수줍게 피어난 순한 눈망울의 산수유가 제일 먼저 새봄을 알려준다.

빛깔이 샛노랗지도 꽃잎이 너울거리지도 않는다. 뒤따라오는 개나리 진달래 철쭉 목련에게 모두 양보한 것이리라. 봄 처녀로 오신 산수유 꽃 속에서 벌 한 마리 기지개를 켠다. 봄빛의 연두가 가슴을 두근거리며 온화한 사랑을 싹트게 한다.  

아픈 사연들은 깊이 묻어두고 다시 봄을 맞는 거다. 다시 시작하는 거다. 알 수 없는 먼 길을 떠나보는 것이다. 산수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힘차게 피어나니까. 그리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희망의 새봄이니까.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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