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쌍용자동차가 협력사의 납품 중단에 따라 평택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쌍용차는 3일부터 5일까지 총 사흘 간 평택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일부 협력사들이 결제대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공급을 중단한 탓이다. 오는 8일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내부 상황 등에 따라 변동될 수도 있다.

당초 쌍용차는 지난달 28일 쌍용차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29일까지 지불해야 하는 2000억원의 어음을 유예했다. 우선 부품을 계속 납품받고 'P플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외국계 부품업체 등 일부 업체들이 미결제 대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부품 공급을 중단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쌍용차가 추진하려는 P플랜은 워크아웃의 신규자금 지원 기능과 법정관리의 채무조정 기능을 합친 제도다.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을 전제로 3개월 정도의 단기 법정관리를 거치며, 법원주도로 신속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다. P플랜 가동을 위해서는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 전 사전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쌍용차는 당초 잠재적 투자자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와의 P플랜 합의안을 토대로 채권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아이달 중 법원에 채무변제계획 등이 담긴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4월 말까지 P플랜을 끝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HAAH는 지난달 중순 방한 이후 쌍용차의 자료제출이 늦어지자 P플랜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출국한 상태다. 쌍용차의 협력사들은 P플랜에 동의했지만 최대 채권자인 산은은 "쌍용차와 잠재적투자자의 협의에 따른 회생계획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HAAH는 쌍용차 운영을 위해 자신들의 투자금에 상응하는 2500억원 상당의 금융지원을 산은 측에 요구한 상태지만 산은은 "잠재적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은의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대현 산은 선임부행장은 지난 2일 온라인 이슈 브리핑에서 “향후 쌍용차와 잠재적 투자자가 협의해 회생계획안이 마련되면 채권단은 잠재적투자자의 투자집행 이행, 쌍용차 사업계획의 타당성에 대한 확인 후 P플랜 동의 여부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만약 사업계획 타당성 미흡 등으로 P플랜 진행 불가시 쌍용차는 통상의 회생절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P플랜이 무산될 시 산은도 쌍용차 파산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지만 산은은 "쌍용차 부실화 원인은 대주주의 경영실패에서 기인한 것인데, 왜 산은의 책임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며 "안타깝지만 최근 10년간 누적적자가 1조원이 넘는 회사에 단순히 돈만 넣는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선을그었다.

한편 이 가운데 쌍용자동차 협력업체 350곳이 모인 쌍용차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호소문을 내고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협력사 10만 여명의 직원과 20만 여명의 가족들은 연쇄 부도 및 고용 위기와 함께 생계에 대한 불안으로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며 "4개월분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300여 중소 협력사들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한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긴급 금융지원 프로그램인 산업은행의 '힘내라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용보증기금의 '지역상생보증 프로그램' 들이 운영된다고 안내받았지만 쌍용차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인해 동반 신용 하락된 중소 협력사들에게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며 "쌍용차가 생산 재개를 통해 조기 회생을 하지 못한다면 열악한 경영상황에 처해 있는 저희 중소 협력사는 연쇄 부도로 인해 대량 실업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