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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중대재해법, 중요한 첫발 내디뎠다 생각"입법부·사법부 산업재해 발생시 경영주 처벌 잇따라 강화...재계 “기업 부담 과중, 보완입법 해달라” 노동계 “온전한 중대재해법 개정 투쟁”
한지안 기자 | 승인 2021.01.18 16:29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입법부와 사법부가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경영주 등의 처벌을 잇따라 강화했다.

국회는 지난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제정했고 대법원은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을 강화해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경영주 등에 최대 10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재벌개혁’ 관련 질문을 받고 “재벌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더 이상 일하다가 죽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국회에서 통과됐다. 비록 내용에 있어서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또 경영계는 경영계대로 불만을 표시하지만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법 양형위, 산안법 양형 기준 강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1일 제107차 전체회의를 열고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대재해법은 내년에 시행된다.

양형위는 산안법상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의 기본 형량 권고 범위를 ‘징역 6월~1년 6월’에서 ‘징역 1년~2년 6월’로 두 배 가량 늘렸다. ‘유사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경우’와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등 ‘특별가중영역’에 속하면 법정최고형인 징역 7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다수범이거나 5년 이내 재범을 한 경우엔 권고 형량을 최대 징역 10년 6월까지 가중했다. 감형 인자에서는 사후수습보다 산업재해 예방에 중점을 두고 ‘상당 금액 공탁’을 삭제했다.

양형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도 늘렸다.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의무 위반으로 사람이 사망(치사)’할 때에서 ▲도급인의 산업안전보건의무 위반으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 ▲사망자가 현장실습생인 경우 ▲5년 이내 치사 범죄가 재발한 경우 등에도 양형기준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 치사 범죄가 아닌 산안법 위반 범죄는 그중 일부에만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양형기준안은 청문회를 거쳐 오는 3월 29일 열리는 양형위 전체 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재계에선 중대재해법 제정과 산안법 양형 기준 강화에 따른 경영부담이 과중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타국에 비해 양형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업주가 산안법상 안전·보건 의무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치사 범죄가 발생할 시 일본은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있으며 미국이나 프랑스는 고의·반복일 경우에만 징역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다.

국회, 중대재해법 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은 산안법 양형 기준 강화에 앞서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눴다. 중대산업재해는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1명 이상 사망한 사고를 의미한다. 중대시민재해는 제조물이나 공중이용시설 등의 이용자가 사망할 경우를 의미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이 이에 해당된다.

법안은 중대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제외했다.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상시근로자 10인 이하의 소상공인과 PC방, 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 바닥 면적 기준 1000㎡ 미만의 업소는 제외됐다.

사망사고가 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법인의 경우 5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법인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최대 5배로, 처벌 대상은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 이사'로 명기 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공포일로부터 3년 뒤 시행,다른 사업장은 모두 공포 후 1년 뒤부터 시행해야 한다.

중기중앙회·경총·대한전문건협·소공연·한경중협 “기업 부담 과중...보완입법 해달라”

노동계 “온전한 중대재해법 개정 투쟁”

한편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지난 11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나 보완입법을 요청했다.

이들 단체들은 ▲사업주 징역 하한규정을 상한으로 변경 ▲반복적 사망시에만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주 의무 구체화 및 의무를 다할 경우 처벌 면제 규정 ▲50인 이상 중소기업에도 최소 2년 유예기간 부여 등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 산업안전 실태조사 실시 ▲안전보건조치 의무 구체화 및 매뉴얼 개발 ▲50인 이상 기업에도 현장컨설팅 지원 ▲안전관리전문가 채용 지원 등 정부지원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 법의 최대 피해자는 중소기업”이라며 보완입법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까지 경영계 입장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단 하나도 검토되지 않았다:며 “사업주 징역으로 기업이 문을 닫으면 재해원인은 분석하지 못하고 일자리는 없어질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력을 제고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중대재해법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의 재개정을 요청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본회의 통과 직후 논평을 내고 "거대 양당은 한국노총과 노동시민단체,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외침을 끝끝내 외면하고 말았다"며 "다시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노동자가 예외 없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어 "다수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작은 사업장의 현실을 무시한 법 제정으로 법을 빠져나가기 위해 사업장을 쪼개 가짜 50인 미만,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속출할 것"이라며 "중대재해 피해자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실질적 처벌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벌개혁에 있어서 새로운 조치를 취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공정경제에 관해 ‘공정경제 3법’이 통과된 바 있다. (해당법안들이)민주주의 진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공정경제에 관한 법제도적 개혁은 공정경제 3법의 통과로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또 한편으로 노동존중 사회를 위해, 노동관계 3법도 다시 통과되고 그걸 통해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에도 비준 할 수 있게 됐다. 그 비준안이 국회에서 처리 중에 있다. 이런 것을 통해서 노사 관계도 보다 균형 있는 관계로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기업들이 하청을 통해 외주화된 위험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일이 되풀이되는 중대한 재해들이 계속돼왔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국회에서 통과됐다. 비록 내용에 있어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또 경영계는 경영계 대로 경영에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서로 불만을 표시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첫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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