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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김후란 '언젠가 심은 나무'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1.15 15:26

[여성소비자신문]언젠가 심은 나무

              -김후란-


안개비 서린

이른 봄날

산길을 걷자

어느 추억으로도

마음 달랠 길 없을 때

손짓하는 자연의 손길

보송보송 다시 살아나

빛나는 몸으로 일어서는

산을 맞으러 가자

그곳에 파랗게 눈떠 가는

나무를 찾아서

언젠가 심은그 나무 찾아서

-시 감상-

나무를 심어 보셨는지요? 한 그루 어린 나무를 심어 놓고 눈, 비바람 속에서도 잘 자라주기를 기도하며 가끔 찾아가 어루만져 준 적이 있는지요? 언젠가는 주인이 찾아와 “잘 자랐다”고 쓰다듬어 주기를 기다리며, 온갖 시련을 견디며 한 자리에서 열심히 자라는 나의 나무를 생각해 보십시오. 비록 주인이 없는 나무라 할지라도 손길을 기다리는 마음은 똑 같을 겁니다.

우리는 때때로 고통과 상처를 안고 자연을 찾아갑니다. “어느 추억으로도/마음 달랠 길 없을 때/손짓하는 자연의 손길”, 자연은 말없이 아픈 상처를 감싸 안아 주며 “잘 왔어! 푹 쉬어”라고 속삭입니다. 그저 풋풋한 기운을 듬뿍 담아 포옥 안아 줍니다.

세상 삶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가슴이 까맣게 타는 아픔으로 신음할 때에도 “보송보송 다시 살아나/빛나는 몸으로 일어서는/산을 맞으러 가자”고 시인은 나직이 건네줍니다. 언젠가 심어 놓은 그 나무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당신의 영원한 친구로 희망이 되어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입니다. 마음속에도 사랑의 나무를 심는 아름답고 푸르른 2021년이 되시기를.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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