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메트로 9호선 주식회사가 9호선 운임을 최대 500원까지 인상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9호선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지하철 기본요금을 900원에서 1천원으로 올린 지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지하철 요금을 또 올린다는 점과 게다가 인상폭이 500원이라는 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지하철 요금 인상의 원인이 거대 금융자본의 최소운영수입보장제에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 공사비용의 고작 3분의 1을 투자했는데 민간사업자라는 명목으로 그러한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해달라는 거대 금융자본의 요구를 수용해준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의 운임 인상에 반대하면서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지하철 9호선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지만 현대로템컨소시엄의 반응은 냉담하다. 게다가 지하철 9호선은 운임 인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서민의 발인 지하철 요금 인상설의 배후에는 거대 금융자본의 횡포가 도사리고 있었다.

최근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설은 공사비용의 3분의 2이상을 정부 예산으로 사용했는데도 이러한 공공인프라에 대해 민자투자라는 미명을 부여함으로써 대주주인 맥쿼리와 신한금융에게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서울시의 이면계약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감사원은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감사원은 총 공사비의 3분의 1만 지출한 민자사업자 특혜를 규명하고 서울시는 2006년 당시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를 삭제한 강남순환민자도로와 달리 9호선 민자사업의 MRG를 삭제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라고 주문했다.

지난 14일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 9호선 주식회사(9호선 주식회사)가 오는 9호선 운임을 최대 5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9호선 주식회사가 홈페이지 등에 발표한 공고에 따르면 6월16일부터 교통카드 기준으로 수도권 기본운임 1,050원에 별도 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일반은 500원, 청소년과 어린이 요금은 각각 400원과 250원씩 인상될 계획이다. 지난 2월25일 기본요금이 150원 인상된 지 넉 달도 채 되지 않아 무려 650원, 72.2%가 인상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식을 벗어난 요금 인상이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된 서울시 지하철 9호선 건설 과정과 협상 과정에서 예견돼 있었다는 점이다. 경실련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기업과 외국자본에게 온갖 특혜를 제공해주면서 진행된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 협상과정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9호선 민자사업에 대한 실시협약서 및 협상대표단의 명단을 즉각 공개해 총사업비의 3분의 2를 대주고도 오히려 높은 요금을 보장해 준 당사자들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협상과정에서 진행된 회의록을 즉각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서울시가 9호선 민자 지하철 건설에 총 공사비의 3분의 2를 세금으로 지출하고도, 총공사비의 1/3만 지출한 민자사업자에게 다른 노선과 동일한 운임료를 승인한 이유를 물었다.

서울지하철 9호선 민자지하철은 2000년 건설기본계획이 승인되고 2002년 4월 3일 착공됐다.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부족한 국가재정과 서울시 재정을 감안해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인다는 명목으로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이 도입돼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때부터 9호선 건설사업은 당초에 밝힌 민자사업의 의의를 찾아보기 힘든 특이하고 왜곡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9호선 건설은 시설부분을 두 부분으로 나눠 선로건설 등 지하철 공사의 근간이 되는 토목공사는 서울시에서 세금으로 건설됐고 나머지를 민간컨소시엄이 맡아 시행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3조4천768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갔으나 민간사업자가 투입한 비용은 1조2천억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말만 민간투자사업이지 민간사업자는 총사업비의 3분의 1만 부담하고 나머지 3분의 2를 국가재정과 서울시 예산으로 보장한 ‘민간특혜사업’인 것이다.

경실련은 이렇게 공사에 들어간 시설사업비가 다른 지하철보다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면 산술적으로 비교해도 기존 지하철 운임의 3분의 1(또는 적어도 2분의 1)을 초과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설 건립에 들어간 비용의 3분의 2를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제공받고도 이미 개통 당시부터 요금은 다른 지하철 노선과 동일하게 책정됐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는 엄청난 특혜와 커넥션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함을 짐작케 한다.

또한 경실련은 요금 인상을 요구한 9호선 주식회사는 협상대상자 선정과 대주주 변경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사업 시작 당시 울트라컨소시엄이 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업포기각서를 받아냈고, 새롭게 사업고시를 해 현대로템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현대로템은 요금 인상이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하는 사안인데 서울시에서 협의를 해 주지 않아서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고 해명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기업운영자금 때문에 요금인상이 결정됐다. 개통 전부터 요금문제가 제기됐으므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실시협약과 현재요금은 차이가 많이 난다. 개통 전 협의는 다른 노선과 형평성이 많지 않아서 일 년간 운영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는데 서울시에서 협의를 해주지 않아 요금인상을 강행하는 것이다. 투자규모에 맞게 수익률이 책정돼 있었는데 이제 와서 서울시에서 인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자산을 소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30년간의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의 안정적인 측면에서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송현아 기자  sha@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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