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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권익증진기금의 설치를 법제화하라연기영 소비자 칼럼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 승인 2020.12.24 10:00

[여성소비자신문]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소비자보호를 위한 공약사항 중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의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제정비에는 지극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과 약속한 공약사항 이행해야

 집권 후반기에 돌입했지만 소비자권익보호의 실질적인 제도인 소비자권익기금의 설치에 관한 법제화나 정책은 대단히 미흡한 편이다. 2017년부터 소비자기본법의 개정을 통해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입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아직 논의 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180여석을 확보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그저 정권 수호를 위한 공수처법 제정과 공수처 출범에만 몰입한 나머지 국민을 위한 민생법안은 발의조차 하지 않고, 2020을 허망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코로나19 사태의 악화로 사회경제적 약자인 소비자들의 고난과 역경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법치를 무시한 정책이 남발되는가 하면 국민경제의 파수꾼인 소비자를 돌보는 법제정비와 정책은 한참 뒤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의 소리가 높다.

소비자권익기금 조성의 필요성 커져
 
우리나라의 소비자정책은 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이래로 40여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의 권익을 보장하고, 소비생활 향상을 위한 다양한 관련 법률과 제도가 마련됐으며, 더 나아가 소비자중심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발생되고 있는 소비자피해의 심각성은 소비자의 안전관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삶의 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와 의식이 높아졌다. 정부 주도의 소비자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사업자와 소비자의 협력과 연대 속에서 정부가 지원과 조정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소비자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인구정책실패에서 비롯된 인구절벽, 경제 저성장,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관리능력 부족 등으로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소비자법제와 정책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내세운 소비자보호정책 5대 과제 중에 가장 실질적인 소비자권익보호를 위한 기금의 설치와 운용은 그 핵심정책이라 하겠다. 이 기금의 필요성을 간단히 피력해 보고자 한다. 첫째, 이 기금 재원의 출처는 소비자권익을 침해하여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적 금원으로 명확히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보호 관련 법규의 위반행위로 거둬들인 금전은 소비자를 위해 사용되어야 마땅하다. 현행법상 소비자보호 관련 법규 위반 행위에 대한 금전적 제재는 과태료, 과징금, 벌금 등이 존재하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이다.

벌금도 그 경제적 성격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법기관의 판결에 의해 부과된다는 점에서 행정기관이 부과하는 금전적제재인 과징금과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 또한 과태료는 과징금과 동일하게 행정기관이 부과하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비교적 금액이 일정하고 소액인 경우가 많으며, 부과 처분 이후의 소송절차가 비송 사건절차법에 의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행정처분으로서 행정소송으로 다퉈지는 과징금과는 다르다. 이 과징금 비용은 생산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사업자가 상품가격을 인상하여 소비자에게 부담시키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권익보호 정책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전부 충당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정부의 예산보다는 좀 더 탄력적이고 신속하게 운영될 수 있는 '기금'의 형태가 적합하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기금이란 국가의 특수한 정책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예산원칙의 일반적 제약에서 벗어나 좀더 탄력적이고 신속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세입·세출·예산외로 특정사업을 위해 보유 운용하는 자금이라 정의할 수 있다. 즉, 특정 목적의 사업을 위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지원을 목적으로 그 사업의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될 때 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사업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금제도는 1961년 3개의 기금설정을 필두로 1980년 45개, 1990년 98개, 1993년 114개로 증대되었다가 2002년 지속적 기금 정비를 통해 68개의 기금(10개의 금융성 기금 포함)으로 축소 정리되었다. 원칙적으로 공공기금 운용계획은 주무부처에서 예산관련 정부 부처와 협의를 거친 후 수립하지만 기타 기금은 주무부처의 승인만으로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고 변경해 왔다.

셋째,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과징금 부담의 전가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에 의해 좌우된다. 다수의 사업자가 과징금 등의 부담을 해당 상품을 공급하는데 있어서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비용으로 계상한다면 비용의 상당부분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고, 얼마나 전가될 것인지는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가격탄력성에 의존하게 된다.

소비자기본법의 개정으로 기금도입을 실천하라

그동안 여러 차례 소비자권익기금 법제화를 위한 법률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폐기되고 말았다. 가장 합리적으로 이루어진 법률안은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발의한 ‘소비자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라고 본다.

그 당시 황교안 총리의 결재로 공표된 개정안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이 기금의 설치이유를 “변화하는 소비환경 하에서의 소비자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라고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법률안으로는 소비자기본법 제32조의 2를 신설하여 제도화하고자 제안했다. 제32조의2(소비자권익증진기금의 설치 등) ①소비자의 권익증진 및 소비자단체의 지원 및 육성을 위하여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을 설립한다.

② 기금은 법인으로 하되, 이 법에 규정한 것 외에는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③ 기금은 소비자운동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소비자 및 소비자단체의 의견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설립하고 운영되어야 한다.

④ 기금은 다음과 같은 사업을 한다. 즉,  소비자 권익증진 및 피해·예방을 위한 교육·홍보 및 연구·조사 사업에 대한 지원,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필요한 정보제공 사업에 대한 지원,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한 사업에 대한 지원, 소비자 문제에 대한 상담과 분쟁조정 및 소송 등 피해구제 사업에 대한 지원, 소비자단체의 운영에 대한 지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51조의2 또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7조의2의 동의의결에 따라 사업자가 기금에 출연 위탁하는 사업, 그 밖에 소비자의 권익 증진을 위한 사업으로서 정관으로 정하는 사업 등이다.

소비자 주권확립 위해 필히 법제화돼야

소바자기본법이 시행된 지 40여년이 지나 경제적 패러다임은 크게 변화되었지만 소비자분야의 패러다임은 형식적인 법룰 제목은 소비자 보호에서 소비자 권익증진으로 바뀌었으나 소비자권익증진을 위한 소비자 정책의 방식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약간의 관심은 증가하였으니 소비자주권의 확립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기업의 공정거래 위반 행위나 소비자 보호 위반 행위발생시 부과하는 과징금의 상당부분을 소비자 권익기금으로 조성하여 소비자 피해구제, 배상, 대불 및 소비자를 위한 정보제공, 권익활동, 공정경쟁시장의 확립과 소비자 교육, 연구 활동 등을 활성화 하는 일에 쓰도록 하는 정책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시점이다,

특히 소비자 피해구제와 소비자 피해의 사전예방활동인 소비자 역량강화, 소비자 운동지원, 지방소비자 행정 지원 등 소비자 권익증진기금 설치는 소비자주권 확립의 필요·충분조건임을 재삼 강조하는 바이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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