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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손석철 '12월 어느 오후'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0.12.21 11:23

[여성소비자신문]12월 어느 오후

         - 손석철-


덜렁 달력 한 장

달랑 까치 밥 하나

펄렁 상수리 낙엽 한 잎

썰렁 저녁 찬바람

뭉클 저미는 그리움

-시 감상-

2020년이 저물어 간다. 마지막 한 장, 12월의 달력을 바라보며 벌써? 그리 됐냐고 가슴이 놀란다. 손석철 시인의 간결한 시 ‘12월 어느 오후’가 떠오른다. “덜렁 달력 한 장” 남아 있는 12월 어느 오후에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본다. 코로나19로 인해 혼란스럽던 날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비대면 사회’를 겪으며 한 해가 유독 분주했지만 끝을 향해 밋밋하게 넘어가고 있구나. 덜렁 아쉬움이 몰려온다.

“달랑 까치 밥 하나” 달려 있다. 하지만 고맙고 미안하다. 까치밥 하나라도 남겨둘 수 있어 고맙고, 새해의 다짐을 다 이루지 못한 것, 더 많이 나누지 못한 것들이 미안할 뿐이다. 1년 내내 땀 흘려 부지런히 농사를 지었어도 보릿고개를 넘기 힘들던 시절을 생각하니, 나뭇가지 끝 외로운 까치밥 하나의 여유와 따뜻한 인심이 느껴진다.

“펄렁 상수리 낙엽 한 잎” 떨어진다. 낙엽은 떨어져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다가 몸 부수어지도록 구르고 굴러 흙속으로 파고든다. 새 생명들을 돌보기 위해서란다. 봄은 기어이 오고야 말 테니까.

“썰렁 저녁 찬바람”이 분다. 덧없이 다시 저녁이 되고, 한 치 앞을 모르고 살아가는 삶이 찬바람에 나부낀다. 그저 썰렁하다.

“뭉클 저미는 그리움”은 왜 또 솟아올라 마음 아프게 하는가. 한번 만나보고 싶다. 이 해를 보내기 전에 정다운 사람들과 차 한 잔 나누며 웃고 싶다. 다사다난했던 일들 다 잊어버리고 마음 함께 내놓고 싶다. 덜렁, 달랑, 펄렁, 뭉클 다잡으며 새해에도 건강히 살자고.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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