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유통업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인재영입과 조직 개편을 실시한 만큼 2021년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백화점 업계는 기존 점포 리뉴얼과 초대형 신규 점포 및 리뉴얼 점포 오픈으로 경쟁에 나섰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MZ(밀레니얼세대+Z세대)세대를 겨냥한 리뉴얼 점포를 오픈했고 내년 신규 점포 개장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현대백화점도 내년 새 지점을 선보이면서 백화점 ‘빅 3’의 신규 점포가 동시에 문을 열게 됐다.

우선 롯데백화점은 지난 1년간 진행된 영등포점 재단장(리뉴얼)을 마치고 오는 17일 새롭게 개점한다고 14일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영등포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오프라인으로 옮긴 것 같은 'MZ세대 놀이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의 얼굴 격인 1~2층에 기존 주얼리, 화장품 대신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를 대거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 대부분 백화점의 1층을 차지하는 화장품관은 3층으로 옮겼다.

1층에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식음료(F&B) 매장을 중심으로 '맛집 거리'를 구성했다. 퓨전 일식당인 '호랑이식당'이 유통업체 최초로 입점했고, 유럽 전통 제조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유명한 '아우어 베이커리' 등도 맛볼 수 있다.

젊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패션 공간도 마련됐다. 의류 편집숍 슬로우스테디클럽의 원덕현 디렉터(상품 감독), 생활용품 브랜드 생활공작소의 최종우 디렉터 등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의 디렉터들이 참여해 만든 플래그십 스토어가 열린다.

또 협업공간 기획 및 디자인 전문기업인 '로컬스티치'와 협업해 카페와 서점, 라운지를 아우르는 '큐레이션 서점'을 도입했다. 이 서점의 첫 번째 주제는 '건축·부동산 및 라이프스타일'로, 10명의 관련 인사가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2층에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온라인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은 공간인 '유스컬처 조닝'이 마련됐다. 유스컬처 조닝에는 무신사, 더블유 컨셉 등 주요 패션 애플리케이션(앱)의 베스트 셀러 브랜드 매장이 들어섰다. 온라인 브랜드 '부티크Y', '아카이브랩', '플라넷비'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 6월에는 영업 면적 2만 평이 넘는 초대형 매장인 롯데백화점 동탄점도 문을 연다. 경기 화성 동탄역 복합 환승 센터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실적악화로 인원 감축, 부실 점포 등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상황에서 신규 백화점 출점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롯데쇼핑은 올해만 백화점 5개를 포함해 마트와 슈퍼 등 120개 매장을 폐점하기로 했었다.

롯데쇼핑은 이를 위해 지난 3월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백화점의 점포 단위 경영을 강화해 점포별 차별화 전략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장 예정인 동탄점을 프리미엄 매장으로 만들어 지역 상권의 핵심으로 키운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경기 남부 상권은 이미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해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신세계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예정 부지에서 도보로 20여분 떨어진 곳에 창고형 대형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출점해 정면 승부한다. 2021년 말 개장 목표인 롯데 의왕몰에서 자동차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신세계백화점은 경기점에 대대적인 재개장 공사를 준비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앞서 6월 타임스퀘어점을 리뉴얼한 데 이어 지난달 경기점 스포츠관을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 위주로 꾸몄다.

우선 타임스퀘어점은 단계별로 전체 리뉴얼을 진행했다. 기존 상권에서 볼 수 없던 인기 맛집과 유명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고 건물 한 동 전체를 90여개 생활 브랜드로 채운 리빙관과 한 층 전체를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으로 구성한 영패션 전문관을 내놨다.

지난달 리뉴얼 개장한 경기점 스포츠관은 625평 규모에 스포츠 장르 대표 인기 브랜드인 나이키와 아디다스 매장을 기존 영업면적 대비 2~3배 이상 늘렸다. 85평 규모로 준비한 ‘스니커즈 코트’에서는 컨버스와 반스, 라코스테, 닥터마틴 등 10대부터 30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이가운데 신세계는 내년 하반기 대전 유성구에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를 열어 대전·충청도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사이언스콤플렉스는 약 6000억원을 투자한 지하 5층, 지상 43층짜리 건물로 백화점. 호텔, 과학 시설, 전망대 등이 들어선다. 연면적만 28만3466㎡(약 8만5700평)이다. 과학·엔터테인먼트·쇼핑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선보이는 게 사측 목표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2월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여의도점을 열고 서울 서남권 상권을 집중 공략한다. 인근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이 들어와 있어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지하 7층에 지상 9층 영업면적만 8만9100㎡(약 2만7000평)으로 서울 시내 백화점 중 가장큰 백화점이 될 예정이다. 정지선 회장이 “여의도점을 대한민국 최고 랜드마크, 그룹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만들겠다”고 말했을 정도의 역점 사업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백화점이 실적 부진을 겪은 만큼 내년 유통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모두 대규모 자금이 투자된 새 사업을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은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만큼 내년 3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라며 “같은 지역에 신규 점포가 들어서는 것은 아니지만 수 년 만에 동시에 개점하는 만큼 점포별 성적에 따라 누가 유통 트렌드를 쥐고 있는 업체인지 나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