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탄소 중립이 세계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정부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수소 자동차·저전력 반도체 등을 육성해 2050년에 탄소 중립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2050 탄소 중립 실현 추진 전략' 안건을 확정하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재계에서 수소경제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민관 협력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화그룹과 현대자동차 그룹 등은 국내 수소 생태계 확대를 위해 속력을 높이고 있다.

정부, 2050 탄소 중립 실현 추진 전략 발표

탄소중립니란 배출되는 양과 동일한 규모의 이산화탄소 흡수를 통해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개념이다. 정부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산업 구조를 고려하는 한편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 상품을 강한 국가로 수출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 국경세'가 도입될 경우 석유화학·철강 등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탄소 국경세는 최근 미국과 유럽 연합(EU)에서 본격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배터리·수소 등 기술에 강한 만큼 디지털과 그린을 결합한 혁신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탄소 중립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산업계에 제조업 비중이 높고 ▲석유화학·철강 등 탄소 다배출 업종 규모가 크고 ▲석탄 발전 비중(2019년 기준 40.4%)이 주요국 대비 높은 점은 부담요인이다.

정부는 재정, 녹색 금융, 연구·개발(R&D), 국제 협력 등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경제 구조의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 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스마트 팩토리, 업종별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석유화학·철강 등 다배출 업종의 저탄소 전환을 촉진한다. 발전·산업·건물·수송 등 경제 구조 전반에서도 저탄소화를 추진한다. 고성능 리튬 2차 전지·저전력 반도체·화이트 바이오 등 신산업을 육성한다. 저탄소 경제·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역 경제·고용 안정 등 피해 최소화 정책을 병행한다.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하는 등 탄소 중립 친화적 재정 프로그램을 구축해 운영한다.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민간 녹색 금융이 유입되도록 판단 기준이 되는 분류 체계 '택소노미'(Taxonomy)를 마련한다.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산하에 '탄소중립R&D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탄소 중립 R&D를 관리한다.

탄소 중립 정책은 대통령 직속 기관인 '2050탄소중립위원회'(가칭)를 민·관 합동으로 설치해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는 특히 '에너지 전담 차관'직을 신설하고, 미래형 자동차 총괄 정책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경련 “수소산업 활성화 위해 민관협력·인프라 확충 시급”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대한 관심도 모이고 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0월 국내 수소 경제 현황과 과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수소 활용 부문에 비해 기술력과 충전소 등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전경련에 따르면 그간 수소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지원정책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대차의 넥쏘는 국가보조금 225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1000~2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6890~7220만원의 넥쏘를 최대 4250만원의 보조금으로 구입할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 수소차 등록대수는 총 7682대로 2019년 말 5083대, 2018년 893대에서 급증했다. 수소위원회는 2050년에 이르면 4억대의 승용차와 2000만대의 상용차가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20%에 달하는 수치다.

다만 수소차 보급량 급증에도 불구하고 수소차 인프라 및 원천기술의 확보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전세계 수소 경제 관련 특허 출원 중 한국의 비중은 8.4%다. 이는 약 30%인 일본 등 주요국에 낮은 수치다. 또한 수소충전소 또한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수소 생산-이동-저장’ 등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구조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민·관 협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한화·SK 그룹, “수소경제 시장 선도할 것”

이 가운데 기업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현대글로비스·하이넷·현대제철·한국가스공사·SPG 수소 등은 앞서 ‘수소차용 수소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국가적 수소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물류비와 수소 충전 가격을 절감하겠다”고 나섰다.

통합 수소 운송 시스템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당진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수소를 현대글로비스가 수도권과 충청권의 하이넷 수소 충전소로 운송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사업을 통해 약 20%의 수소 충전 단가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차는 물론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등 수소사업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중장기 수소 및 수소전기차(FCEV) 로드맵 ‘FCEV 비전 2030’을 발표하고 2030년 국내에서 연 50만대의 규모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능력을 70만기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10월 현대차의 첫 수소전기차인 넥쏘는 단일 모델 중 세계 최초로 국내 누적판매 1만대를 달성했다. 2018년 3월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된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넥쏘 판매대수가 수소전기차 보급 정책과 맞물려 2018년 727대, 2019년 4194대, 2020년 5079대(10월말 기준)로 증가해온 만큼 본격적으로 수소전기차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사업의 경우 영국의 글로벌 종합화학기업 이네오스그룹(INEOS, 이하 이네오스)과 MOU를 체결하고 ▲수소 생산·공급·저장 ▲수소전기차 개발· 연료전지시스템 활용 등 통합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 ▲수소 관련 공공 및 민간분야 사업 확대를 위해 협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 사는 우선 이네오스 산하 이네오스 오토모티브가 개발 중인 SUV ‘그레나디어’에 현대차의 차량용 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 새로운 수소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한화솔루션도 수소 산업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 솔루션은 민·관·공 협력투자사업을 통해 재생 에너지 기반의 그린 수소 생산 단지 조성에 나선다.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수소로 전환하는 그린 수소 기술을 확보하면서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솔루션·강원도·한국가스기술공사는 지난 3일 ‘강원도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1488㎡(약 450평) 규모의 부지에 연간 290톤(t)의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전해 시설과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수전해 방식은 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전기화학적 기술로, 전력 생산량이 일정치 않아 잉여 전력이 생기는 재생에너지와 수소 생태계를 연결하는 핵심 기술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상업 운전을 목표로 총 300억원을 투자해 조성되는 그린수소 생산단지는 향후 15년 동안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강원도가 추진하는 그린수소 액화설비와 연계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강원도 내 풍력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전력을 활용해 생산하는 연간 290t의 그린수소는 수소충전소를 통해 전량 수소버스, 수소트럭, 수소승용차 등 운송용으로 쓰일 계획이다. 290t은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인 ‘넥쏘’ 기준으로 하루 130대를 1년간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한편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친환경 제품·솔루션 개발을 통해 글로벌 지속 가능성 제고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바 있다. 향후 5년내 그린수소 시장의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승용차는 물론 트럭·선박·열차·드론 등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업성 있는 그린수소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주요 계열사들이 친환경 ‘그린(Green)수소’ 생산에서 저장·운송·활용 등 수소 산업 밸류체인 전반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열분해한 뒤 석유화학제품의 원재료인 납사(나프타)로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 개발 중이다. 플라스틱을 만들 때 기존에는 석유 등 화석원료에 의존했지만 앞으로는 미생물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탄소 중립 실현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더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수전해 기술에도 약 30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수전해 분야 핵심기술을 보유한 카이스트(KAIST)와 연세대를 비롯해 미국의 렌슬리어공과대(RPI) 등과 협업해 신재생 에너지 활용에 최적화된 수전해 핵심소재를 개발 중이다.

큐셀 부문은 미국·일본·유럽 등 신재생 에너지 선진 시장에 지속적으로 고효율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태양광 모듈과 이차전지를 결합한 에너지 솔루션 사업 등의 신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첨단소재 부문은 친환경 미래 자동차로 각광받는 수소 전기차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그룹도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하고 수소 생산-유통-공급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SK㈜는 지난 1일 “올해 초부터 수소 사업 추진의 타당성 검토와 전략 수립을 진행해 왔다”며 “SK이노베이션, SK E&S 등 관계사 전문 인력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을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그룹 핵심 역량을 결집해 수소 사업 추진 전략을 실행하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SK㈜의 수소 사업 추진 전략은 ▲그룹 인프라를 활용, 수소 대량 생산 체제 구축 통한 국내 수소 시장 진출 ▲수소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 통합운영을 통한 사업 안정성 확보 ▲수소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회사 투자 및 파트너십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 등 크게 3가지다.

우선 SK㈜의 자회사인 SK E&S를 중심으로 2023년부터 연간 3만t 규모의 액화 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해 수도권 지역에 액화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액화플랜트를 통해 수소를 액체 형태로 가공함으로써 수소가 기체 형태로 운송·충전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효율을 개선하고, 안정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석유·화학 공장 등 생산시설에서 생산 공정 중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부생 수소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SK㈜는 또 SK E&S를 통해 친환경 '블루 수소' 대량 생산 체제도 가동한다는 목표다. SK E&S는 연간 300만t 이상의 LNG를 직수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 LNG 사업자로, SK E&S가 대량 확보한 천연 가스를 활용해 202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25만t 규모의 '블루 수소'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사업도 적극 추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수소 공급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SK㈜는 “석유 및 천연가스(LNG) 등 기존 에너지 사업에서 밸류체인 통합을 통해 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주도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며 “이러한 역량을 적극 활용해 수소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국내 수소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조속히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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