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벤, 경구 투입과 경피 투입의 결과는 다르다”

농도 차이에 따라 유해와 무해 판단하고 있는 듯 

화장품 업계의 판도 다툼과 기능성 화장품 경쟁으로 인해 자연주의 열풍이 좀 식어가나 했는데 최근 무(無)보존제, 무(無)파라벤, 무알코올 표시 제품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유해물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높아짐에 따른 업계의 대응방법이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에서는 최근 화장품 중 무(無)보존제, 무(無)파라벤, 무알코올 표시는 인위적으로 첨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표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료에 함유돼있지 않고, 제조·가공 중 비의도적으로 생성되지 않아 최종 제품에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만 표시·광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식약청의 발표는 화장품 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간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소비자는 이 시점에서 소비자의 변화하는 욕구와 화장품 업계의 대응 전략 사이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유해물질, 특히 파라벤의 유해성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 프로필파레벤, 부틸파라벤, 메칠파라벤이 들어있는 유아용로션

식약청 관계자는 “파라벤이 인체에 유해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배합한도를 설정해 pH3~9조건에서 산으로써 0.4% 정도 이하는 안전역이 확보돼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파라벤은 메틸파라벤, 에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파라벤 앞에 어떠한 성질이 부여되느냐에 따라서 분자량과 농도에 영향이 있지만 이러한 차이는 0.1%를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자가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시행된 ‘식품첨가물의 기준규격’에서 ‘과일·채소음료와 소스류 등에 쓰이는 합성방부제 파라옥시안식향산프로필(프로필파라벤)은 식품 제조 등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하자, 이 관계자는 “경구 투입에 비해 경피 투입은 농도가 낮아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방부제내의 독성이 농도가 높으면 문제가 되지만, 농도가 낮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난 2008년 2월 22일 식약청은 22일 정자수 감소 등 생식독성 논란이 일고 있는 합성보존료 파라옥시안식향산프로필을 식품에 쓸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식품첨가물의 기준규격' 개정안을 입안예고했다.  

이에 따라 식품 제조에 관련 물질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며 그 이전에 제조한 제품이라도 2009년 6월부터는 유통할 수 없게 됐다.  

'프로필파라벤'이라고도 불리는 파라옥시안식향산프로필은 현재 캅셀류, 쨈류, 과일·채소·홍삼음료, 간장, 식초, 소스류, 과일·채소 등에 사용이 허용돼 있으나 생식독성 논란이 일면서 점차 사용이 금지되는 추세였다. 

식품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프로필파라벤이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에 사용되는 것은 인체의 유해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게 식약청의 입장이다.

파라벤, 현행 기준 안전하지 않아!

화장품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파라벤이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보건당국의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에게 제출한 ‘화장품에 대한 파라벤 사용에 대한 평가’결과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에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을 최대 배합한도 농도로 넣었다고 가정하였을 때,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단독 사용 시 안전역(Margin of Safety : MOS)이 50, 혼합사용 시 25로 충분한 안전역이 확보되지 않았다.  

따라서 충분한 안전역을 확보하기 위해서 화장품 중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의 사용량을 줄이는 등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고 충분한 안전역 10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각각 또는 그 합을 0.19% 이하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기준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 개별 기준은 0.4%이고, 총합 기준은 0.8%로 최소 2배 내지 4배까지 기준 수치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파라벤의 안전성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2010년 12월 20일 덴마크 정부(환경부)가 내분비계 장애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필파라벤과 부필파라벤의 어린이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 파라벤을 3세 이하 어린이용 화장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시민모임이 12월 24일 3세 이하 어린이용 화장품에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의 배합금지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식약청이 안전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이다. 

파라벤은 화장품의 살균 및 보존제로 그 동안 독성이 낮고, 가격이 싸고, 모든 제형의 화장품에 사용이 가능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져 왔다. 이번에 평가한 것은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으로 이외에도 메틸파라벤, 에틸파라벤은 안전성이 검증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소프로필파라벤과 이소부틸파라벤은 현재 국제적으로 안전성 평가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평가결과 어린이 안전을 위해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을 금지하는 조치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이와 같은 결과에 앞서 유럽의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의 2010년 보고서에서 현재 파라벤 개별 0.4%, 총 0.8%의 허용은 안전하지 않으며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 개별 성분 또는 혼합물로 0.19% 이내에서 안전으로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프로필 및 부틸파라벤이 화장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만큼 관계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신속히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하고, 이번에 평가에서 제외된 이소프로필파라벤 등에 대한 안전성 평가도 신속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파라벤이 유방암의 원인?

파라벤류 외의 방부제로는 페녹시에탄올(Phenoxy ethanol), 벤질알콜(Benzyl alcohol) 브로노폴(Bronopol), 이미다졸리닐우레아(Imidazolidinyl Urea), 디아졸리디닐우레아(Diazolidiny Urea), 쿼터늄15(Quaternium 15), 디엠디엠 히단토인(DMDMhydantoin), 안식향산(Benzoate) 등 70여 가지의 성분이 있다. 

여성환경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파라벤류는 이러한 방부제 중에서 피부트러블의 원인 1위로 손꼽히며 환경호르몬으로 의심받고 있는 물질이며, 2004년 영국에서의 연구 결과 파라벤 성분이 유방암 조직에서 발견돼 유방암의 원인으로도 의심받고 있다. 또한 2005년 또 다른 외국의 연구는 메칠파라벤이 함유된 화장품을 바르고 자외선을 쬐면 피부노화가 촉진된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파라벤(Parabens)은 식품, 화장품, 의약품 산업에서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보존제인 화학물질로서 여러 형태의 분자구조를 가진 효과적인 보존제이다.  

파라벤과 그의 염은 우선적으로 박테리아와, 곰팡이류 등 폭넓은 미생물에 대해 효과적으로사용된다. 파라벤은 화장품, 식품, 샴푸, 보습제, 면도젤, 비경구처방약, 스프레이태닝용액 그리고, 치약 등에서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식품첨가제로도 식품에 사용되기도 한다.

대한화장품협회와 식약청은 같은 입장

정부기관인 식약청과 사업자단체인 대한화장품협회는 파라벤에 대해 같은 입장에서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대한화장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동물실험에서 파라벤이 실제발암물질, 발암물질을 도와주는 인자, 유전자독성물질, 기형발생물질로서 독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고, 파라벤의 에스터 결합은 가수분해(hydrolyzed) 되기 쉽기 때문에 파라벤은 체내조직에 축적되지 않는다고 예상된다’(SCF 1994)며 파라벤의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식약청과 대한화장품협회는 화장품 또한 파라벤에 대한 안전성 평가 결과 현재 사용수준인 단일성분 0.4%, 혼합성분 0.8%까지는 화장품을 사용함에 있어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따르면, 파라벤 중 일부성분은 화장품뿐만 아니라 식품, 의약품 등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그 섭취량이 약10mg/Kg bw정도로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성분이다. 화장품에서 사용되는 파라벤이 피부에 도포돼 피부를 통해 인체 내에 축적되는 것은 희박하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파라벤의 수준은 안전하다는 게 식약청과 대한화장품협회의 일치된 입장이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의식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사업자단체와 정부기관의 태도 수정이 요구된다.  

송현아 기자  wsobi@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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