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SK텔레콤이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 모빌리티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기존 통신사업에 더해 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만큼 사명 변경을 통해 통신사 이미지를 벗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아마존과 손잡으며 이커머스 업계에 뛰어든 한편 AI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버와 함께 플라잉카를 띄운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보안 자회사 합병을 통해 국내 최대보안업체로 나서기도 했다.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반영할 수 있는 이름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SK투모로우’, ‘T스퀘어’, ‘SK테크놀로지’, ‘SK하이퍼커넥트’ 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6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 추진을 공식화했다. 아마존과 e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협력을 추진하고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11번가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12년 이상 안정적인 서비스를 운영해왔으나 최근 쿠팡, 네이버 쇼핑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면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하고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은 11번가의 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11번가를 통해 글로벌 e커머스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국내 셀러들이 해외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의 글로벌 초협력 추진이 결실을 맺게 되어 기쁘다며 아마존과 커머스 영역을 포함해 다양한 ICT 영역에서 시너지를 지속 창출하며 산업 전반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11번가와 아마존은 론칭 준비가 되는 대로 상세한 서비스 내용을 밝힐 계획이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양사가 ▲11번가를 통한 아마존 상품 직구 ▲IoT사업 분야 협력 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 직구의 경우 그간 문제점으로 꼽혀 왔던 배송비용 및 기간, 복잡한 교환·환불 절차, 운송 중 파손 논란 등을 해결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이는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IoT, OTT 사업 영역에서의 협력도 기대된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아마존 에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마존 프라임’과 SK텔레콤의 AI 서비스 ‘누구’, OTT서비스 웨이브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 할 것이란 전망이다.

11번가는 “아마존과 함께 국내 고객들에게 독보적인 구매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마존과의 원활한 협력으로 빠른 시일 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11번가는 우리의 고객제일주의(Customer Obsession)를 공유하고 있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e커머스 사업자라며 이번 협력을 통해 아마존 상품을 쇼핑할 수 있는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AI 반도체 브랜드 ‘사피온’ 론칭...글로벌 시장 진출 선언

한편 SK텔레콤은 지난달 25일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SAPEON X220’을 공개하고 엔비디아, 인텔,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미래 반도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SAPEON X220는 GPU 대비 딥러닝 연산 속도는 1.5배 빠르고 전력 사용량은 60W로 GPU의 80% 수준이다. 백열전구 한 개 정도의 전력으로 초당 6700개의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다. SAPEON X220은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센터에 즉시 적용 가능하며, SK텔레콤은 국내외 다양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AI 반도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과기부 국책 과제 수행을 통해 SAPEON X220의 후속 반도체 개발도 진행 중이며 2022년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와의 협업도 진행중이다. AI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빠른 연산을 수행하는 코어 설계와 처리할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공급하는 메모리 반도체 관련 기술인 만큼, SK하이닉스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은 2018년 약 7조8000억원에서 2024년 약 50조원으로 연평균 36%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 시장은 기존 GPU 중심 시장에서 'X220'과 같은 AI 반도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AI 반도체 칩 기반 하드웨어부터 AI 알고리즘, API 등 소프트웨어까지 AI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AIaaS(AI as a Service)'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자체 개발한 AI반도체와 AI 기반 콘텐츠 추천, 음성 인식, 영상 인식, 영상화질 개선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접목해 ‘SAPEON’을 차별화된 AI 토탈 솔루션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연말부터 미디어, 보안, 인공지능 비서 등 다양한 분야에 'SAPEON X220'을 적용해 AI 서비스 고도화를 시작한다. 올해 말 'SAPEON X220'을 정부 뉴딜 사업인 ‘AI 데이터 가공 바우처 사업’과 ‘MEC기반 5G 공공부문 선도적용 사업’에 적용, 정부의 AI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5G MEC 기술 업그레이드에 나선다.

내년에는 자사의 AI 서비스 '누구(NUGU)', ‘슈퍼노바(Supernova)’, ‘티뷰(Tview)’ 그리고 ADT캡스 등 SK ICT 패밀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AI 반도체 적용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SK텔레콤 김윤 CTO는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출시는 SK텔레콤의 기술력과 서비스 역량,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이뤄낸 쾌거”라며 “향후 AI 반도체와 SK텔레콤가 보유한 AI, 5G, 클라우드 등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톱 수준의 AI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SKT, 우버와 합작사 설립 계획 발표...모빌리티시장 공략 가속화

SKT는 우버와 합작사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모빌리티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SKT는 지난 10월 티맵모빌리티 설립을 의결했다. 우버는 티맵모빌리티에 5000만 달러(약 572억원)를 투자하며,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출범시키는 합작사에는 1억 달러(약 114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

우버는 2023년 에어택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우버의 기술력과 모빌리티 노하우에 SKT의 내비게이션 망을 결합해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SKT는 티맵모빌리티 기업가치가 출범 단계에서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어 오는 2025년까지 기업가치 4조50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박정호 SKT 사장은 "글로벌 최고 기업인 우버와 함께 고객들이 이동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행복한 삶을 누릴 시간으로 바꾸고, 어떤 이동 수단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며 "다양한 역량을 가진 기업들과 초협력을 통해 교통 난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플라잉카’로 서울-경기권을 30분 내 이동하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탈통신’ 박차...박정호 사장 “뉴 ICT 기업으로 도약할 것”

박 사장은 작년 말 통신사업(MNO)과 신성장사업(New Biz)으로 조직을 이원화한 이후로 종합 ICT 기업으로의 변신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2017년 취임 직후 “뉴 ICT 기업으로의 도약”을 강조 해온데다 올해 3월 서울 을지로 본사 T 타워에서 개최된 주총에서는 “전 세계가 코로나 확산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영역과 경계를 초월한 전방위적 '초협력'을 지속해 경쟁력이 있는 ICT 대표 기업으로서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사장의 이같은 발표 이후 재계에서는 “SKT의 변화는 그간 주력해온 정유·통신회사 이미지를 벗고 ICT·바이오·모빌리티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비전과도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SKT 전체 매출에서 보안, 미디어 등 비통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약 27%에서 지난해 약 36%까지 늘었다.

SK텔레콤이 사명을 변경하려는 이유는 통신 사업 시장이 수년째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어서다. SK텔레콤을 포함해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는 중복 가입자를 포함해 2017년 6천만 명을 넘어섰고, 통신비 인하, 보편요금제, 알뜰폰 등 각종 규제로 미래 가치가 매년 하락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단순 통신, 네트워크 사업을 넘어 연관 영역으로의 확장이 가장 활발하게 다각화돼 있는 회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 투자증권 황성진 애널리스트는 “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으로 이어지는 비통신 사업 라인업은 각자의 성장 엔진을 가동시키며 ‘따로 또 같이’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박정호 대표가 ICT 자회사 육성 전략의 출발점을 글로벌 톱 기업의 투자 유치와 역량 공유에서 찾으면서 과거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며 “SK텔레콤이 보유한 자회사 가치는 최소 20조원 이상이고 내년 상반기 중 이같은 자회사 가치 반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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