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20.11.25 수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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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11월의 어머니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0.11.16 14:29

[여성소비자신문] 11월의 어머니  

 윤준경

11월 들판에빈 옥수숫대를 보면 나는

다가가 절하고 싶습니다

줄줄이 업어 기른 자식들 다 떠나고

속이 허한 어머니

큰애야, 고르게 돋아난 이빨로

어디 가서 차진 양식이 되었느냐

작은애야, 부실한 몸으로누구의 기분 좋은 튀밥이 되었느냐

둘째야, 넌 단단히 익어서 가문의 대를 이을 씨앗이 되었느냐

11월의 바람을 몸으로 끌어안고

들판을 지키는 옥수숫대

날마다 부뚜막에 밥 한 그릇 떠놓으시고

뚜껑에 맺힌 눈물로

집 나간 아들 소식을 들으시며

죽어도 예서 죽는다 뿌리에 힘을 주는

11월 들판의 강한 어머니들에게

나는 오늘도 절하고 돌아옵니다

11월은 연중 가장 허전하고 쓸쓸한 달인가. 활활 타오르던 10월의 꽃들, 단풍마저 떨어져 흩날리고 산기슭은 서서히 몸을 움츠려 겨울 채비를 한다. 스산한 바람이 들판을 지나 마을로 불어 닥친다. 사람들도 어서 겨울을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리라.

윤준경 시인의 시 ‘11월의 어머니’는 11월처럼 텅 비워 쓸쓸한 어머니의 모습을 옥수숫대에 비유하여 담담히 노래한다. “11월의 바람을 몸으로 끌어안고/들판을 지키는 옥수숫대”는 다름 아닌 우리들 어머니의 형상으로 다가온다. “줄줄이 업어 기른 자식들 다 떠나고/속이 허한 어머니”는 혼자 남아 빈 들을 지키고 있다. 금지옥엽 기른 자식들이 다들 성장해서 각기 제 자리를 찾아 떠나간 것이다. 외롭고 가슴엔 그리움이 가득 차오른다.

어머니는 묵묵히 빈들을 지키며 집나간 자식을 기다린다. 알몸으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나이테를 만드는 나무들처럼 뿌리를 튼실하게 지켜내기 위해 “죽어도 예서 죽는다 뿌리에 힘을 주는/11월 들판의 강한 어머니들에게/나는 오늘도 절하고 돌아옵니다”

겨울로 가는 11월의 하늘을 우러르며, 어머니는 있는 그대로 모두를 품어 안는다. 추운 겨울을 굳건히 지켜 주며 변함없이 ‘참 사람’의 길을 밝혀 줄 것이다. 11월의 어머니는.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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