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임대차법 개정안 시행 이후 전국에서 전세매물이 급감하고 전셋값과 매매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도 역대 10월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매매수요와 전세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 매물이 부족해지자 가격이 상승하면서 빚으로 이를 감당하려는 수요까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임대차법 개정안 시행 이후 100일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45%로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 0.21%보다 7배 높았다.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강남권으로 매매가가 0.06% 오르는 데 그친 가운데 전셋값은 2.13% 상승했다. 강동구 전셋값이 2.28%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고 송파(2.22%)·강남(2.10%)·서초구(1.93%) 순으로 이어졌다.

수도권 및 지방 전셋값 상승률은 더 높았다.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은 2.53%, 매매값은 1.18% 높아졌다. 지방 아파트는 전셋값이 2.42%, 매매값이 1.82% 높아졌다.

전셋값이 상승 원인으로는 ‘매물 급감’이 꼽힌다. 실제로 6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124.8)보다 5.4p 오른 130.1로 조사됐다. 관련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1∼200 사이 숫자로 표현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KB부동산의 월간 조사에서도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0월 191.1에 달하며 19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10월 은행 가계 대출도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4년 이후 10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10조6000억원 증가했다. 한 달 전(9조6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더 커졌다.

가계 부채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6조8000억원 늘어났다. 역대 10월 중 지난 2015년(6조9000억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이 약 3조원 늘어난으로 집계됐다. 전세자금대출은 지난 8월(3조4000억원)부터 3조원 대의 증가세를 보이며 고공행진 중이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도 3조8000억원 증가해 10월 기준 지난 2018년(4조2000억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5조70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을 위한 '빚투(빚내 투자)'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늘어난 가운데 전세 관련 자금의 일부가 신용대출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9월 추석 연휴 때 지급된 상여금 효과가 소멸된 점도 신용대출 증가세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전세자금 대출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며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전세거래가 축소되더라도 상승분을 확보하기 위한 수요로 대출 증가세가 이어진다. 은행도 꾸준히 전세자금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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