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삼성전자가 2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과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1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별도의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김기남 부회장은 창립기념사를 해 “이건희 회장님의 타계는 코로나19, 불확실한 경영 환경 등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임직원 모두에게 또 하나의 큰 충격과 슬픔이었다”며 “우리에게 내재된 '도전과 혁신의 DNA'를 계승 발전시키고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회장님이 남기신 도전과 열정을 이어받아 업계의 판도를 바꿔 나가는 창조적인 기업으로 진화하고, 우리의 경쟁력이 최고의 인재에서 시작된 만큼 임직원간 서로 배려하고 상호 신뢰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의 기반을 구축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또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난 3분기 66조96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매출을 달성하는 한편 브랜드가치 623억 달러로 글로벌 5위를 달성하는 등 기업의 성장 모습을 돌아보고 '100년 삼성,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가자'고 다짐했다.

삼성전자는 1969년 1월13일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했지만, 1988년 11월1일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한 이후 창립기념일을 1일로 바꿨다.

이재용 부회장은 창립 50주년이었던 지난해 창립기념일에는 영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다가올 50년을 준비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이 되자”고 당부했지만, 올해 행사에선 별도의 메세지를 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참석인원도 최소화 하는 등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다소 차분한 생일을 보낸 만큼 앞으로는 '이재용 시대'에 당면한 현안 대응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부회장의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이 이르면 연내 마무리되는 만큼 판결에 촉각을 기울이고 대비해야 한다. 또 내년 1월부터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도 본격 시작된다.

지난 달부터 재개한 해외 출장도 조만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다음 출장지는 일본, 중국, 미국 등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최근 베트남 출장 귀국길에 취재진을 만나 “일본 고객들을 만나러 한 번 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연말 인사와 내년도 사업 준비도 필요하다. 이 부회장의 재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미·중 분쟁 등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연말 인사는 '안정' 기조가 채택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삼성전자는 12월 첫째 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이어 후속 임원 인사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해의 경우 이 부회장 등 전현진 경영진이 재판에 연루되며 인사가 미뤄져 올 초에 단행됐다.

인사 이후에는 한 해 사업의 성과를 점검하고 부문별 경영전략을 점검하는 글로벌 전략회의가 진행된다. 이 부회장은 그간 해당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 회장 사망 후 첫 회의인 만큼 모처럼 참석할 가능성도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존의 핵심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등의 경쟁력을 이어가며 시스템 반도체, 첨단 디스플레이 등 미래 동력의 육성에도 집중해야 한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SK하이닉스, 엔비디아 등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도 M&A를 재개할지 관심이 쏠린다.

상속세, 지배구조 관련 사안도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상명생명 등 계열사의 지분을 유가족이 전량 상속받으면 현행법상 10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여당이 적극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지배구조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행 보험업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3% 룰'의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평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가로 계산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자산 3%인 9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20조원이 넘는 초과분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결국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에 경영권을 행사하던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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