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20.11.25 수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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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의 교육 칼럼] “말을 삼킨 어머니”의 교훈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교수 | 승인 2020.10.28 11:13

[여성소비자신문] 비록 코로나19 상황이었지만 얼마 전 어머님의 돌아가신 날을 기념하였다. 어머니를 기억하면 생각나는 것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상대방에게 바로 바로 대꾸하지 못해 조금은 억울해하시던 모습을 자주 뵈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대부분 약자의 위치에 계셨다. 힘으로는 아버지에게 밀리고 가정에서는 시부모님을 모셔야 했고 자식들은 잘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을 희생하려 하셨다. 시골에서 도시로 나와 생계를 위해 아버지를 도와 허드렛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직장의 동료나 상사에게도 늘 조심해야 하셨다. 더하여 고등학교까지만 공부하셨던 어머니는 대학 나온 사람들에게는 늘 자신의 언행에서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조심하셨다.

이런 연유인지 어머니는 자주 상대와 대화에서 말을 삼키셨다. 아버지와 말다툼에서도 어린 내 눈으로도 충분히 응대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참으셨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책상은 놓아둔 채 따뜻한 구둘 목에서 이불 덮어쓰고 책을 베개로 잠만 자는 나에게도 몇 번을 참으시다가 한마디 하셨다. “너무 편하면 공부가 되지 않는다”고.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후 한참 지나 한번은 어머니께 여쭈었다. “상대에게 바로 대응하지 못해 억울해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필자도 대학에서 10여년 이상을 지나면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고 속상한 일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대답은 이러했다. “젊은 시절 가세도 기울었고 많이 배우지도 못해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바로 응대할 자신도 없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한 번 생각해보고 말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는 속이 상하고 상대의 말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대응하지 않는 것이 나중을 위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어떤 경우는 어떻게 말해야 하나 또는 내 말이 타당한가를 생각하다가 대꾸할 기회를 놓쳐 억울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속상한 경우는 많았지만 그래도 사람들과 잘 지냈던 것 같아. 내 말이 꼭 정당하다는 보장은 사실 없으니까.” 그러시면서 덧붙이셨다. “아들아, 너는 많이 배웠으니까 시원하게 살아라.”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어머니는 적(敵)이 많지 않으셨다. 내 조부모님들도 어머니에게 고마워하셨고 친척 분들도 어머니에게 고마워하고 좋게 회상하는 분들이 많다. 장례식에서 많은 분들이 상대와 언쟁을 높이는 모습이 없었음을 기억하셨다.

어머니와 언쟁의 가능성에 직면했던 분들도 만약 그 분들이 어머니에게 조금 심한 언사를 사용하였다며 순간은 ‘승리의 기쁨’이 있었겠지만 돌아서서는 ‘한 번 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미 애 엄마가 된 딸아이가 결혼할 때, 나도 한마디를 당부하였다. “남편과 언쟁할 때, 네 말을 한 번은 삼키고 그 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생각해보고 입 밖으로 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얼마 전까지 딸아이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있기는 했다.

말이란 그 자체로 완전하지도 않지만 한번 뱉으면 돌이키기 힘들다. 상대는 그 말을 통하여 우리를 기억하고 평가하고 되새긴다. 또한 말을 통한 자신의 생각이 완벽하게 진실이거나 정의롭다고 여기기도 힘들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말하기 전에 그 말이 초래할 결과와 정당성에 대해 한 번 쯤 생각해보는 것은 상대와 관계를 해치지 않고 유지하는 데에 소중한 자산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공인에게는 더 그러할지 모른다.

오늘날 막말이 너무 횡횡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상황에 거의 반사적으로 말을 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양보의 마음을 갖는걸 힘들어하는 것 같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나아가 사회에서도 모두 한번쯤은 남을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과 태도를 갖도록 함께 노력해 가야 할 것이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교수  k-leecho@hanmail.ne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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