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가을 들녘의 노랗게 영글어 가는 황금빛 보물 쌀은 오랫동안 벼농사를 지어온 우리 민족에게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우리 민족의 근원이자 생명이며 현재까지 식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밥맛이 참 좋네요"

밥이 찰지고 고소하고 특별한 향이 있는데 쌀 종류가 뭘까? 묵직한 돌솥에 갓 지어서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쌀밥에 모두 감탄하며 쌀종류에 관심을 갖는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쌀밥은 가을 추수가 끝난 후 얻어진 햇쌀로 밥을 지으면 더욱 고소한 맛이 난다. 갓 지어 올린 햇 쌀밥에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젓갈 한 가지만 있어도 금방 밥 한 그릇이 비워진다.

“식사하셨습니까” “밥 먹었어” 인사말에 밥이 들어갈 정도로 우리 민족에겐 밥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식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밥 먹은 것을 왜 남이 상관 하는지 의아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누군가 만나서 친목을 다질 때에도 “밥 한끼 하자”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로 우리에게 밥은 식문화에 중심이 되고 있다. 쌀밥은 과거에는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주식이 아니었고 부를 상징하는 귀족들의 음식이었다. 평민들은 명절이나 잔칫날, 제삿날에 쌀밥을 지어 먹을 수 있었고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어서 이웃과 나눠 먹는 특식이었다.

통일신라부터는 쌀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쌀이 본격적으로 실생활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고려시대로 들어오면서부터는 쌀은 물가의 기준이 되고 봉급의 대상으로 할 정도로 귀중한 존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쌀이 들어온 것은 2천5백년전 인도로부터 티베트, 몽골, 중국, 만주를 거쳐 들어와 재배되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서구의 물결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젊은 층으로부터 쌀로 만든 음식이 외면 당했으나 점차적으로 음식에 대한 관심이 포만감에서 맛으로 다시 건강기능성으로 바뀌면서 쌀의 용도가 질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서구인들은 주식과 부식의 개념이 뚜렷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많은 빵을 먹어도 밥을 먹었다고 하지 않을 만큼 우리 식생활에 중심은 쌀이다. 쌀은 밀, 옥수수와 함께 3대 곡물로 알려져 있다.

세계의 쌀 재배지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50도에서 남위 37도 열대에서 온대 걸친 지역에서 여러 형태로 재배되고 있고 지역마다 특유의 조리법이 발달되어 있다.

우리의 식생활의 중심이 되어 내려온 쌀밥에 관련된 유래가 꽃에서도 찾을 수 있어서 소개해본다. 길거리에서 가로수로 흔히 볼 수 있는 이팝나무의 꽃은 멀리서 보면 소복하게 담긴 흰쌀밥처럼 보여 쌀밥꽃이라고 했고 꽃이 밥처럼 보인 나무라고 하여 이밥 나무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이팝나무 꽃이 어머니가 배고픈 아이에게 “어서 먹어라”고 권하며 “어미는 배가 부르고 생각이 없다”면서 굶주린 배를 감추는 어머니와 같다고 하여 무덤가에 많이 심어지고 있다고 한다.

여름부터 백일동안 피고 지는 백일홍에도 '백일홍 꽃이 세 번 피면 쌀밥을 먹는다'는 쌀밥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백일홍이 피기 시작하면 보릿고개가 시작되어 여름부터 가을까지 백일 동안 피었다 졌다를 반복하는 백일홍 꽃의 마지막 끝을 기다려야 쌀을 수확하는 시기를 맞을 수 있어서 굶주린 보릿고개의 가난한 이들에게는 백일홍이 기다림의 나무였다고 전해진다.

쌀의 종류와 조리법

쌀은 수확 후 어떻게 찧는냐에 따라 현미, 배아미, 백미 등으로 나누어지고 여러 형태로 재배되어 지역에 따라 쌀의 종류가 다양하며 지방마다 특유의 조리법이 발달 되어 있다.

현미

쌀의 전체 영양소의 29%가 쌀겨에 66%는 씨눈에 함유되어 있는데 현미는 벼의 겉껍질만 벗겨 쌀의 생명인 쌀겨를 벗기지 않고 씨눈이 남아 있는 상태로 지방, 단백질 비타민B, 미네랄 필수지방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영양성분 균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지방분의 대부분을 함유하고 있는 쌀겨층을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에 영양 성분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쌀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려면 현미밥을 즐겨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현미에는 아라비 노자일란이라는 물을 빨아들이는 성분이 들어 있어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하고 식이섬유가 백미보다 9배나 많이 들어 있어서 만병의 근원인 비만과 변비에 유익하며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현미는 당뇨병 예방에도 좋으며 암과 노화예방에도 도움을 주는데 노화와 암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이 쌀겨와 쌀눈에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심장병, 뇌졸중,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예방에도 좋다.

'쌀속의 진주'로 통하는 옥타코사놀 성분이 배아에 많이 들어 있어 체력 증강, 근육 기능 향상에도 좋다, 옥타코사놀을 섭취하면 근육 내 글리코겐이 더 많이 저장되어 운동할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미

쌀을 여러번 도정하여 쌀눈과 쌀겨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상태여서 정백미라고도 하였다. 쌀의 빛깔과 크기만 보아도 현미와 백미가 쉽게 구별되었고 밥을 지으면 현미보다 윤기가 나고 부드럽고 소화시키기 편하고 맛도 좋다.

식생활에서 주로 사용되는 밥이 백미지만 영양성분이 깎이고 탄수화물의 비중이 높아 영양 불균형을 초래한다. 옛날에도 백미의 영양상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으며 백미로 밥을 지은 영양상은 녹말가루와 같다고 하였다.

배아미

현미와 백미의 중간 형태로 쌀겨층을 제거하고 씨눈이 남아 있는 상태로 밥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며 특히 쌀을 영양성분의 66%를 차지하는 쌀눈을 섭취할 수 있어 영양면에서 우수하다.

배아미는 쌀를 도정한 후 7일이 지나면 산패가 시작되고 15일이 지나면 영양분과 맛이 없어지므로 도정 일자가 최근에 도정한 신선한 쌀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구입 후 보관할 때는 공기와 접촉을 최대한 줄여서 산패를 막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흑미

흑미는 항산화, 항암, 항궤양에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수용성 색소가 있어 검은색을 띠며 검은콩보다 안토시아닌이 4배가 더 들어 있다. 일반백미의 10%정도의 흑미를 섞어 밥을 지으면 밥이 보라색으로 변하여 시각적인 효과가 좋을뿐아니라 밥맛과 향을 좋게 하여 식욕을 증진시켜 준다.

찹쌀

찹쌀은 일반 쌀보다 씹히는 맛이 끈끈하다 끈끈한 끈기는 아밀로펙틴 성분으로 소화가 잘되지만 칼로리가 높아 과식은 피한다. 찹쌀은 찰떡, 인절미, 경단 등 여러 가지 떡을 만들며 찰밥, 약식, 식혜, 술, 고추장을 만들 때 쓰여진다.

발아현미

콩나물 키우듯이 현미를 물에 불린 뒤 어둡고 시원한 곳에서 싹을 틔워서 말린 것으로 발아 도중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생성되어 소화가 잘되고 먹기도 쉬워진다. 이미 불린 상태이므로 밥을 지을 때 따로 불릴 필요가 없이 백미밥처럼 지으면 된다.

붉은쌀

핑크빛을 띄며 독특한 향이 나며 백미와 섞어 밥을 지어먹으면 심장에 효과가 있다.

롱그레인 라이스

쌀알이 길고 가늘며 흰색과 갈색의 쌀이 있다. 낱알이 떨어진 보풀보풀한 밥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쌀이다. 밥을 지을때는 물의 양이 쌀의 2배의 물이 필요하며 물은 뜨거운 물이나 육수를 사용하고 소금을 꼭 넣어야 한다. 소금의 양은 150g당 1작은 술이다.

밥을 맛있게 짓는 조리법

밥을 맛있게 지으려면 쌀을 잘 씻어야 한다. 쌀을 지나치게 으깨질 정도로 씻으면 영양 손실이 많으므로 주의하면서 씻는다. 쌀은 밥 짓기 30분 전에 씻어 수분이 충분히 흡수된 다음 건져서 물기를 빼고 밥을 짓는다.

보통은 쌀의 1.5배 정도의 물을 사용하는데 햅쌀의 경우에는 쌀과 물을 1:1로 하고 묵은쌀의 경우는 쌀의 1.5배의 물이 필요하다.

벼의 껍질만 벗겨진 현미밥을 할 때는 제대로 짓지 않으면 백미밥보다 맛이 떨어진다. 현미는 단단한 쌀겨층으로 쌓여 있어 제대로 밥을 짓지 않으면 소화가 어렵다. 밥을 지을 때 물이 잘 흡수되지 않으므로 밥을 짓기 전 2~3시간 정도 충분이 불린후 백미로 지을때보다 30% 더 물을 붓고 백미보다 10분쯤 더 뜸을 들인다. 현미밥은 압력밥솥을 이용하는 것이 밥맛도 좋고 조리하기도 편하나 일반 밥솥을 사용할 때는 두꺼운 솥을 사용하면 좋고 현미 2컵에 물 3컵을 넣고 한 번 끓인 뒤 15분 정도 뜸을 들인 후 다시 물 2컵을 넣고 밥을 뒤섞어서 다시 밥을 짓는 식으로 해주면 맛있는 현미밥이 된다.

현미밥이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다이어트에 좋으나 현미밥 한공기 열량이 300kcal이므로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은 피하고 현미밥을 먹을때는 꼭 10번 이상 씹어서 소화가 잘 될 수 있도록 한다.

매일 밥을 짓다 보면 타는 경우가 생기는데 탄 밥을 그대로 두면 탄냄새가 밥 전체에 퍼지므로 밥 위에 깨끗한 종이를 올려 그 위에 숯 한 덩어리를 얹고 뚜껑을 덮어 두면 탄내가 가신다.

구입한 쌀을 보관할 때는 온도13°C와 상대습도 70%저온상태로 보관하면 쌀의 품질이 변하지 않는다. 쌀을 오래 보관하여 묵은쌀 냄새가 날 경우에는 밥을 하기 전날 물에 식초를 한방울 타서 씻은후 물기를 쏙빼고 다음날 밥을 지을 때 미지근한 물로 한 번 더 씻은 후 밥을 하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가을 들녘에 나서면 노랗게 영근 벼를 수확하며 행복해하는 농부 모습을 볼 수 있다. 볍씨를 뿌리고 싹을 틔어 키운 다음 논에 물을 대고 모를 옮겨 심어 잡초를 뽑고 병이 들지 않도록 약도 쳐주면서 벼를 수확하기까지 많은 정성을 쏟으며 힘든 시간을 이겨냈을 농부의 모습에는 행복함만이 가득하다.

라울뒤피의 탈곡의 그림을 옮긴 듯한 풍경 본다. '위대한 농촌 풍경은 마치 나를 특별히 만들어 준 것 같다'던 라울뒤피 화가의 말처럼 우리의 식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는 쌀의 중요성을 깨달아본다.

우리 식탁이 서구화되면서 쌀이 점점 외면받고 있지만 다양한 쌀 요리가 개발하여 우리의 주식인 쌀이 새롭게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박혜경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  Openhp9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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