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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상처에 대하여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0.10.16 13:26

[여성소비자신문] 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시 해설

누구 상처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 있느뇨?

인간관계 속에서 알게 모르게 마음을 다치고 멍이 들 때가 있다. 못마땅하다고 무심코 던지는 말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뭉텅 가슴 속을 베어내면 세상천지가 다 아프게 된다. 나무도 꽃도 짐승들도 가슴에 남모르는 상처를 안고 저만큼이나 크고 꽃피우고 자라났을 것이다. 나무껍질을 뚫고 뚝뚝 흘러나오는 진물, 그 아픔이 얼마이랴.

사람도 살면서 저마다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니고 살아간다. 하지만 남모르는 상처가 더 아프면서도 아픈 만큼 힘을 내게 한다. 비바람에 가지가 떨어져나가도 그 아픔을 극복한 나무들이 더 우람하게 크듯이, 상처투성이인 꽃들이 더 향기롭듯이 말이다.

복효근 시인은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고 노래한다. 상처가 향기가 되도록 어루만지며 갈고 닦은 삶을 들여다보며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스스로 상처를 아물리며 익어가는 “잘 익은 상처에선/꽃향기가 난다”고 시인은 말한다. 향기 중의 향기를 내뿜는 사람을 알아차린 것이리라. 숱한 상처를 딛고 일어나 환히 웃는 사람이 진정 향기롭고 아름답다는.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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