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신세계 지분 일부를 자녀들에게 넘겼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약 3,200억원 상당의 이마트 지분을,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 1680억원 상당의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중 각각 8.22%를 각각 정용진 부회장에게,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증여한다고 28일 공시했다.

신세계그룹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각 회사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증여로 이 회장 보유 지분은 이마트 18.22%, 신세계 18.22%에서 각 10.00%로 낮아졌다. 반대로 정 부회장 이마트 지분은 10.33%에서 18.55%로, 정 총괄사장 신세계 지분은 10.34%에서 18.56%로 상승했다.

공시 당일(28일) 이마트(14만1500원)와 신세계(20만8500원)의 주가를 기준으로 증여받은 금액은 정 부회장 3244억원, 정 총괄사장 1688억원이다. 증여세 과세표준상 30억원을 초과하는 주식에 부과되는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 20%등을 고려하면 증여세액은 총 지분 가치의 60%인 약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경우 정 부회장의 증여액은 3244억원에서 3892억원으로, 정 총괄부사장은 1688억원에서 2025억원으로 각각 증가한다.

여기에 누진공제액을 제하고 증여 금액이 30억원 이상일 경우 부과되는 최고 세율인 50%를 적용하면 정 부회장이 내야 하는 세금은 약 1942억원에 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 총괄사장도 약 1007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증여세 마련을 위해 각자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향후 신세계 그룹도 승계작업을 진행할텐데, 증여세를 현물로 납부할 경우 두 사람의 이마트, 신세계 지분율이 14% 수준까지 떨어지는 만큼 이같은 방법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지분을,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광주신세계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52.1%를 보유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일부를 매각한 바 있다. 현재 최대주주는 지분 45%를 보유한 신세계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 2018년 4월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50만주를 증여받았으며 지난해 말 지분 30만주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중유경 총괄사장이 지분 일부를 매각해도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번 증여 지분에 대해서도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각 회사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또 “증여가 이뤄졌기 때문에 3개월 안으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며 “아직 어떤 방식으로 증여세를 납부할지 구체적으로 결정한 바 없지만 정상적으로 납부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증여는 남매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정 부회장이, 신세계는 정 총괄사장이 이끄는 구도다. 재계는 이번 증여로 그룹 지배 체계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승계 작업을 한 단계 더 진전하고 분리 경영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회장직을 아직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회사라는 인식이 있으나 앞으로는 점점 다른 회사처럼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이마트와 신세계로 계열 분할했다. 2016년에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자 보유한 신세계·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해 책임경영에 들어갔다. 이마트에는 마트·e커머스·호텔·스타벅스·편의점·푸드·쇼핑몰 등이 있다. 신세계에는 백화점·면세점·화장품·패션·가구 등이 있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최대 주주로 올라선 만큼 내년부터는 경영 방식에서 각자 개성이 더 묻어나올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 가운데 금융가에서는 이마트가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신한금융투자는 이마트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8143억원, 영업이익 125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8%, 8.1% 증가한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전분기 50% 가량 성장한 온라인(쓱닷컴) 부문 거래액은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3.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영업적자는 전 분기 대비 65억원, 전년 동기 대비 163억원 줄어든 72억원으로 추산된다.

최근 유통가는 업계에 불어닥친 온라인 전환 바람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불황을 겪고 있다. 다만 정 부회장은▲초저가 ▲신선식품 부문 강화 ▲체험형 매장 만들기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이마트의 ‘유통 혁신’을 추진중이다.

정 부회장은 앞서 ‘미래형 점포’인 이마트 월계점을 찾아 "차별화된 개인 맞춤형 신선식품을 키우라"고 주문했다. 최근 e커머스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식품 부문에서 차별점을 만들라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후 이마트는 1100평 규모였던 월계점 식품 매장을 1200평으로 넓히고 비식품 부문은 과감하게 줄였다. 이 점포 축·수산 매장은 고객 취향에 맞게 제품을 손질해주는 '오더 메이드'(oder made)로 운영 중이다. 이마트는 창동·명일·순천 등 25개 매장도 장보기에 특화된 곳으로 바꿨다.

이마트는 또 대형마트를 복합쇼핑몰로 전환하고 있다. 이것도 월계점이 앞장서고 있다. 이마트는 해당 점포 3600평 규모 비식품 부문 매장을 500평으로 줄이고 빈 자리에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채웠다. 지난 5월 말 리뉴얼을 마치고 문을 연 월계점 전체 매출은 약 두 달 간 47.9% 증가했다. 식품 부문은 한 달 간 4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는 특히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타 대형마트가 점포를 줄여나가는 것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대학교가 몰려 있는 신촌에 20~30대가 인구의 40%인 점을 반영한 맞춤형 신규 점포를 열고 1인 가구를 공략한 소포장 과일·채소, 각종 밀키트를 집중적으로 판매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경우 최근 유통업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들인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며 “특화 매장, 맞춤형 매장 등 정 부회장의 전략이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정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도 기존의 업계 관행을 깨고 새롭게 ‘2030 공략 작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6월 MZ세대 공략을 목표로 리뉴얼 작업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은 이들의 지갑을 여는 데 일단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리뉴얼 후 100일 간 점포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증가했고, 2030세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3% 늘었다. 2030세대 고객 비중 역시 리뉴얼 이후 49.7%로 전년 동기 대비 12.2%포인트 올라갔다.

타임스퀘어점은 MZ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최근 인기가 많은 맛집과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건물 한 동 전체를 90여개 생활 브랜드로 채웠다.

또 한 층 전체를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으로 조성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30세대 생활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9% 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패션 업계의 역성장에도 영패션 전문관 매출이 10.8% 증가했다. 젊은 세대 비중이 높은 VIP 레드 등급 고객도 지난해 보다 20% 이상 늘어났다.

서남부를 포괄하도록 한 점포명 변경도 상권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다. 앞서 신세계는 서울 서부상권을 넘어 수도권을 포함한 서남부 랜드마크 백화점으로 자리하기 위해 지난 1984년부터 사용한 ‘영등포점’을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으로 변경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10년 만의 전체 리뉴얼을 성공적으로 마친 타임스퀘어점이 미래 고객인 MZ세대들의 좋은 반응 속에 성장하고 있다”며 “상권이 광역화되고 소비력 있는 고객들이 늘어난 만큼 차별화된 매장 구성을 통해 서남부 랜드마크로 굳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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