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1월 한화솔루션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약 9개월만에 사장으로 빠르게 승진하면서 한화그룹의 3세경영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김동관 신임 대표이사는 1983년 10월생으로 미국 세인트폴 고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1월 ㈜한화에 입사했다.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솔라원 영업실장, 한화큐셀 전무 등을 거쳤다. 지난해 말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을 맡는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올해부터 ㈜한화 전략부문장도 겸직하고 있었다.

올해 1월 한화솔루션 출범 이후 전략부문장(부사장)을 맡다가 약 9개월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화그룹은 “경영 전면에 나서 친환경에너지와 첨단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사업재편과 미래사업 발굴을 주도하며, 안정적 수익구조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한화 그룹 3세 승계가 본격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 대표가 한화솔루션 부사장으로 취임할 당시에도 “3세 경영을 위한 시험대”라는 평이 나온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2012년 독일 태양광셀 제조회사였던 큐셀의 인수를 주도하고 한화큐셀을 출범시키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5년 한화큐셀-한화솔라원 합병을 이끌면서 태양광 사업을 그룹의 주력 미래 사업으로 자리매김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한화의 태양광사업은 2015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시장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올 1~2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우선적 과제로는 한화솔루션의 지속적인 성장이 꼽힌다. 한화는 2018년부터 태양광 사업과 방위산업·석유화학 등의 핵심 산업에 5년간 2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플랜을 세운 바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차별화 기술 개발과 신사업 확대 등을 통해 매출 규모를 2025년까지 약 18조원으로 늘리고 영업이익을 5000억원 수준에서 1조6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중기 목표 세운 상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9조503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3783억원을 거뒀다. 당기순이익은 폴리실리콘 설비를 전액 상각 처리하는 등 순손실 2489억원이 발생해 적자로 전환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1%, 6.8% 증가해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태양광 부문의 경우 2019년 1~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해 연간 223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사업 시작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이 외에 산적한 난제도 있다. 우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재무구조 안정화를 이뤄야 한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연결기준 차입금은 6조3686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8.2% 늘었다.

이 가운데 올해 안에 갚아야 할 금액은 3조4978억원 규모다. 한화솔루션 통합에 이르기까지의 합병 과정 등에서 발생한 액수와 글로벌 설비 투자에 따른 것이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치르는 금융비 역시도 전년보다 늘어난 2259억원으로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다.

또 석유화학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업계에서는 태양광 부문이 받쳐주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계획 등이 그룹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어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불거진 미국 수소차업체 니콜라의 사기논란에 대처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지난 2018년 한화그룹 비상장 계열사 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에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당시 한화솔루션 부사장을 맡고 있던 김동관 사장과 실무진이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과 직접 만나 투자를 진행했다.

한화그룹은 니콜라 상장을 계기로 주요 계열사들을 미국 수소 생태계에 진출시키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고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한 바 있다.

한화큐셀은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모듈 공급,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수소 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 탱크 공급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보유한 니콜라 지분은 6.13％다. 니콜라가 올해 6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지분가치는 7억5000만 달러로 늘어나기도 했지만 현재는 사기논란이 일며 주가가 급락한 상태다.

앞서 공매도 전문 금융분석업체 힌덴버그리서치는 보고서를 내고 “니콜라는 기술역량, 파트너십, 제품 등에 대해 수십가지 거짓말을 했다”며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지난 7월 ‘링크드인’ 인터뷰에서 현재 수소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고 니콜라 담당 임원들도 수소 분야에 전문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여파로 한화솔루션 주가도 9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니콜라 사태에는 보유 지분 가치하락에 따른 손해 발생보다 조금 더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재계에서 “한화그룹이 김 대표를 비롯한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재편 중”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 회사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갖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3형제 보유의 지분가치를 높여 이를 한화 지분 매입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에이치솔루션과 한화 합병 시 유리한 합병비율을 이끌어내 경영권 승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니콜라 사태가 에이치솔루션의 기업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그림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김 대표가 주력 사업인 태양광과 화학계열사를 맡고,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향후 한화생명·손해보험·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상무는 한화생명에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해 전사혁신실 및 디지털혁신실을 거쳤다. 지난해 8월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에 올라 현재 금융 신사업과 해외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삼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 입사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이외에도 ㈜한화 글로벌부문, ㈜한화 방산부문, 한화정밀기계, 한화디펜스,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한화종합화학 사업부문, 한화종합화학 전략부문, 한화토탈, 한화에스테이트, 한화역사 등 10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로 한화그룹 CEO들의 평균 연령은 55.7세로 이전(58.1세)보다 2세 이상 낮아졌다.

㈜한화 글로벌부문에는 김맹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유럽사업부문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김 대표는 화약 제조·공급 등 화약사업과 ㈜한화 무역부문에서 이전되는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끌 예정이다.

㈜한화 방산부문에는 김승모 ㈜한화 사업지원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정밀유도무기 및 우주사업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한화 방산부문의 리더로 적임자라는 평가다.

한화정밀기계에는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 및 기계부문 대표가 내정됐다. 기계부문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한화 기계부문 대표도 겸직한다.

한화디펜스에는 손재일 ㈜한화 지원부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한화지상방산 대표이사를 역임하였으며, 방산분야 해외시장 개척 경험을 보유한 인물로 K-방산 열풍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화종합화학 사업부문에는 박흥권 ㈜한화 전략실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박 대표는 기존 PTA 사업 강화와 함께 글로벌 유화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한화종합화학 전략부문에는 박승덕 한화솔루션 사업전략실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박 대표는 신규사업 발굴 등 미래사업 강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한화토탈에는 김종서 한화큐셀 재팬법인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수출비중이 70% 이상인 한화토탈에서 신사업 추진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이끌 예정이다.

한화에스테이트에는 이강만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서비스마인드 및 조직관리 역량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역사에는 김은희 한화갤러리아 기획부문장이 상무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올해 42세인 김은희 대표는 한화그룹의 첫 여성 CEO로 전격 발탁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40대 대표이사, 여성 대표이사 발탁 등은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 하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최종 선임은 각 사별 주총 및 이사회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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