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 및 결제가 증가하는 가운데, 현금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따르면 우리나라는 화폐발행잔액의 증가세가 2011년초를 정점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다 코로나19의 발발을 계기로 2020.3월 이후 다시 확대되는 상황이다. 주로 5만원권이 발행 증가세를 주도하면서, 2020.3~8월중 환수율도 20.9%로 지난해(60.1%) 대비 급감했다.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에서도 최근 고액권 중심의 화폐 발행이 증가하는 양상이 보였다. 주요 8개국을 대상으로 최근의 화폐발행 동향을 살펴본 결과, 코로나19 발발 이후 대체로 각국의 화폐 수요 증가율이 평시 대비 2배 이상 상승했으며, 3배 이상에 달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미국, 중국,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올해 3월 이후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위기전인 2019년 증가율 대비 2.4~3.0배 상승했다.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은 3월 이후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2019년 대비 2배 이하(1.1~1.9배)로 상승했다.

공통적으로 금년 3월 이후 화폐 수요 증가세가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 중국, 뉴질랜드, 스위스의 경우 7월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미국, 호주, 유럽연합, 캐나다는 지속되고 있다.

화폐 수요 증가 원인으로는 각국의 코로나19 확산 및 봉쇄 등 조치로 일반의 현금 접근성이 제약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사전에 현금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국가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부 시중은행 지점 및 ATM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의 조치가 사전에 현금을 비축하고자 하는 수요를 유발했다는 것.

유럽의 경우 고액권이 아닌 50유로화가 발행잔액 증가의 82%를 차지하는 등 일상거래에 대비한 현금 확보도 크게 증가했다. 화폐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급 및 화폐 교환 수요에 응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섰다.

금융기관들은 봉쇄령으로 인한 현송 중단 등 화폐수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보유 규모를 확대했다. 또한 경제활동 축소로 인해 도소매점 등으로부터의 현금 입금 규모가 감소하면서 금융기관의 현금 확보 어려움이 발생했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화폐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은 불안한 경제 상황에 대응함에 있어 경제주체들이 안전자산 및 안전결제수단으로서 현금을 선호한 데 따른 것으로, 예비적 화폐 수요 증가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금 수요는 거래적 목적(저액권 위주), 가치저장수단 및 비축 목적 등의 예비적 목적(고액권 위주)으로 구분된다.

특히 유럽연합은 200유로권 발행잔액 증가율이 12%를, 일본은 10,000엔권이 화폐발행잔액 증가분의 97%를 기록해 고액권을 중심으로 한 예비용 화폐 수요가 크게 늘어났음을 시사했다.

한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고액권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재현됐다. 코로나19 이후의 고액권 중심의 화폐 수요 증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유럽 등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는 재난 등 위기 시에는 현금에 대한 신뢰가 비현금지급수단보다 우위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현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하게 결제를 완료(contingency back-up method of payment)할 수 있고 가치를 안정되게 저장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등 경제 불안 상황에서 현금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 있음에 대비해 충분한 발행준비자금의 확보·유지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만원권 제조 발주량을 전년보다 3배 이상 크게 늘린 바 있고 올해 5월에는 이례적으로 2조원을 추가 발주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공급된 화폐가 적재적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시중 화폐수급 상황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필요 가능한 조치를 강구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