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대출 이자를 벌어들인 돈으로 갚지 못하고 빚으로 갚는 한계기업이 지난해 3475곳에 달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더해지면 5000곳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020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내놓고 지난해 국내 한계기업이 3475곳으로 전년대비 239곳(7.4%) 늘어났다고 밝혔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외부감사 기업 2만3494곳 중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4.8%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한계기업에서 벗어난 업체 수는 838곳으로 1년 전(769개)보다 많아졌지만 새롭게 한계기업으로 진입한 기업 수가 1077곳으로 더 많았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208개, 대기업이 31개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이 37개, 자동차 31개, 전기전자 20개, 건설 19개 등 순서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은 올해 한계기업이 지난해보다 더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코로나19에 따른 매출충격을 감안하면 5033곳으로 급증하고, 전체 외감기업 대비 비중도 21.4%로 지난해보다 6.6%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서 매출충격은 업종별 매출액이 평균 10.5%, 코로나19 취약업종은 평균 29.5% 감소하는 상황으로 가정됐다.

지난해 말 한계기업 여신은 115조5000억원으로 전체 외감기업 여신(768조1000억원)의 15%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매출 충격을 감안하면 전체 외감기업 여신의 22.9%까지 급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계기업의 예상부도확률은 6월 기준 평균 4.1%로 상승하는 등 신용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한계기업과 이들 여신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여신에 대한 위험관리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가면서 충당금 적립 등 손실 발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