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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9.25 14:21

[여성소비자신문]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 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갈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갈깔거렸네

시 해설

서정주 시인의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이 시는 한 편의 동화를 읽고 있는 듯 지구별의 어디 다른 꿈같은 세상의 느낌을 불러온다. 추석을 맞으며,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송편을 빚는 맑고 고운 삶이 달빛에 휘영청 떠오른다.

새로 수확한 푸른 풋콩의 향긋한 내음에 뒷산의 노루들도 덩달아 좋아라 노래하고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꽉 찬 달을 보며, 어머니도 흐뭇해하신다. 추석을 맞는 어머니의 심경이 그  한 구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니 뒤뜰의 대수풀 속 올빼미도 덩달아 깔깔, 달님도 깔깔 벙글벙글 좋기만 하다. 화기애애하고 만사형통한 가정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보여주고 있으며, 서로 축복하는 넉넉하고 따뜻한 한가위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추석 무렵이면 길 가에 코스모스 반가이 손짓하고 들녘은 황금물결, 파란 하늘 높이 고추잠자리도 춤춘다. 부모 형제 모두 함께 만나 성묘 가던 추억들, 참았던 그리움이 터질 듯이 일렁인다. 고향길이 천리라도, 아무리 힘들어도 설레는 마음으로 꼬박 달려간다.

시인이 끌어내 준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화목하고 인정 넘치던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 가슴 터질 듯이 그리운 이 시대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으면 새로운 정이 샘솟고 희망과 기쁨이 넘치는 추석이 되지 않을까? 아파트에서 송편 빚는 풍경이 두근두근 다가온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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