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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끊이지 않는 삼성...재계 "'잃어버린 10년' 현실화 할 수도""이재용 부회장 기소 여파 적지 않을 것...경영 공백 되풀이 우려 크다"
한지안 기자 | 승인 2020.09.10 10:29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지난 1일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 결정 이후 삼성과 재계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지난 2016년 말부터 끊임없이 수사와 재판에 시달려온 삼성이 또다시 사법리스크를 겪게 되면서 정상 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앞서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3월 구속돼 2018년 2월 석방될 때까지 경영 공백을 겪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서도 기소되며 향후 몇 년간 매주 재판정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오너 부재에 따른 삼성의 경영 ‘시계 제로’ 상태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추후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그 동안 총수의 경영 공백이 생긴 삼성 입장에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최근 4년 반 넘게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이번 재판도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연루 의혹에서 시작된 사법 리스크가 4년 가까이 이어지며 대형 M&A 등을 진행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 진행된 대형 M&A는 지난 2016년 11월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을 두고 ‘바이오 산업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과 해외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차질이 불가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증설 등을 위해 당장 올해부터 2023년까지 3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이 가운데 1조원 가량은 외부 조달이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검찰 기소로 인해 회계 이슈가 다시 부각되면 유상증자나 공모사채 발행에 필요한 금융감독당국의 증권신고서 수리를 담보할 수 없게 된다. 또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은행 차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삼성물산의 경유 현재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키디야 복합 엔터테인먼트 개발 사업'(9조원 규모)과 '네옴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500조원 규모) 등이 사법리스크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외 공사 프로젝트의 경우 회사나 경영진의 재판 내역을 입찰 요건으로 요구하는 게 업계 관행이고, 특히 이는 수주 심사의 고려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소는 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한국 정부 사이의 투자자-국가간 분쟁(ISD)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팀이 주장하는 의혹이 엘리엇의 논리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패소할 경우 수 천억원대 국부 유출이 불가피하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7억7000만달러(약 91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ISD에 중재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재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법무부를 상대로 검찰 수사 자료를 요구한 상태다. 앞서 ISD 중재재판부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공개할 수 없다’며 기각했지만 재판이 시작되면 수사자료 제공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삼성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또 글로벌 반도 업체들이 공격적인 M&A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삼성은 사법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달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 간 210억 달러 규모의 대형 M&A가 성사됐다.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 반도체 기업 엔디비아가 인수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를 ARM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더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22조원을 들여 2나노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직 2나노 로드맵을 발표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에서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지만 이는 5나노·4나노 제품이다. 삼성이 TSMC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삼성은 사법리스크 속에서도 지난 2년간 대내외 불확실성과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진행했다. 지난 2018년 8월 '대한민국의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주도하겠다는 취지로 발표한 '총 180조원 투자 및 4만명 고용' 약속을 지켜왔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선정 발표한 '3대 중점 육성 산업'인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민간 투자를 주도하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한민국 '미래먹거리' 확보에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중소 협력업체, 스타트업, 학계 등을 지원하는 등 '동행' 철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다만 삼성 내부에 감도는 불안감은 숨겨지지 않는 모양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불확실한 시대에 사업 자원을 집중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전문경영인으로는 불확실한 시대에 필요한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 큰 숲을 보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 역할은 리더(이재용 부회장)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이번 기소로 앞으로 삼성은 최장 5년간 재판에 매달려야 할 수도 있다”며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해 대규모 투자 및 M&A 결정 등을 미루게 되면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위축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은 한국 1위 그룹이다.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부정할 수는 없을 텐데 이번 일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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