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채권단에 밝히면서 M&A(인수·합병)가 결국 '노딜'(No deal·인수 무산)로 끝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산은 최근 이메일을 통해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하는 입장을 산업은행(산은) 등 아시아나 채권단에 전달했으며 채권단은 이를 거절했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이르면 이번 주 중 계약 해지를 통보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현산의 지속적인 재실사 요구를 두고 “계약 파기 이후 책임을 묻는 법정 공방이 벌어질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란 반응과 함께 조만간 노딜이 공식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산은 지난 7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아시아나의 재정 상황이 악화된 것을 강조하면서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에 대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말보다 더 심각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291%로 지난해 말(1386%) 대비 900%p 이상 급증했다. 자본잠식률도 지난해 말 18.6%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49.8%로 나빠졌다.

그러나 당시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미 충분한 실사가 이뤄졌다며 재실사를 거부하는 한편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에 의문을 표했다. 이후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8월12일 이후에는 계약 해제와 위약금 몰취가 가능하다'는 공문을 7월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바 있는데, 최근 항공업계 불황으로 아시아나 항공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더 기다리기는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권단은 현산이 최종적으로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하면 플랜B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매각작업이 무산되면 새 인수자를 찾는 것이 어려운 만큼 채권단 관리체제에 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과거에도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 2014년 12월까지 5년 동안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추후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들의 분리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국내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업황이 악화하면서 대형 M&A계획이 잇따라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발 대량 실직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이 재매각 작업을 진행하며 남은 직원 1300명 중 700명 가량을 정리해고 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도 채권단 관리 하에 놓이게 되면 1만 명에 달하는 직원들 중 일부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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