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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서울여성대회 개최...제 1회 여권통문의 날 기념이성숙 여성사연구소 대표·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강 진행
한지안 기자 | 승인 2020.09.04 15:44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사단법인 서울특별시여성단체연합회가 ‘여권통문과 여성의 참정권’을 주제로 제1회 여권통문의 날 기념 ‘2020 서울여성대회’를 1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로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위해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강당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순자 서울시여성단체연합회 부회장이 개회를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2020 ‘서울여성대회’는 코로나 바이러스 19 감염증의 대유행을 막기 위해 현장 참여자를 최소화하고 행사 전 과정을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중계하고 있음을 알려 드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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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여성단체연합회 이정은 회장은 개회사에서 “오늘 행사는 9월 1일 여권통문의 날이 법정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후 처음으로 열리는 기념식이다. 여권통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권리 선언문으로, 본 연합회가 여권통문 널리 알리기 시작한 지 4년째를 맞았다”며 “그동안 여권통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고, 여권통문 기념 표석이 설치되기도 했다. 특별히 ‘여권통문의 날’을 기념할 수 있도록 서울시성평등기본조례가 개정 됐다. 이 모든 성과는 서울특별시여성단체연합회가 큰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서울의 북촌마을 여성들이 120여 년 전 여권통문을 통해서 여성의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 등 3대 권리를 주창한 이래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높아진 위상을 찾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지난 4월 총선 결과 우리는 57명이라는 역대 최다 여성 국회의원을 탄생시켰다. 이를 계기로 여성의 정치적 진출과 사회 참여가 확대되기를 바란다. 여성의 참정권은 오늘 행사의 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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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권리 선언인 ‘여권통문’을 기념하는 2020 서울여성대회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올해부터 9월 1일을 법정기념일인 여권통문의 날로 지정하였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여권통문 발표 122년을 기념하며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진정한 참여와 권리는 보장되고 있는가를 묻게 된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여성 후보 당선율은 국제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사회 구성원의 절반인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성 평등과 여권 신장 등을 해결하려면 제도와 정책 결정 시에 여성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정치 참여와 세력화가 요구된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및 양성평등 실현으로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사)서울특별시 여성단체연합회가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인자 한국외대 초빙교수(제 19대 국회의원)가 축사를 했다. 황 교수는 “(사)서울특별시여성단체연합회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여권통문을 기리고 널리 알리는 서울여성대회를 개최해 왔다. 민간단체의 이러한 노력 덕에 정부는 9월 1일 여권통문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하고, 서울시도 이 날을 공식적으로 기념하게 되었으니 반갑기 그지 없다”며 “여권통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권리 선언문이고 북촌 마을의 김소사, 이소사 등 이름도 없는 양반가 부인네들이 앞장서 선언했으니 우리 서울 여성들로서는 어깨가 으쓱할 정도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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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는 그러면서 “여권통문은 122년 전 독립신문, 황성신문 등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며 전격 발표됐다. 서당도 못 다니는 여성도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 부엌에서 솥뚜껑만 돌릴 수 없으니 여성도 직업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 방구석에만 있는 여성도 정치에 참여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세 가지 소망을 담았다. 이를 발표하고 난 뒤 북촌의 여성들은 여학교를 세우는 데 뜻을 모으고 찬양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순성여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어찌 보면 그때의 찬양회는 지금의 서울특별시여성단체연합회의 전신”이라며 “여성의 교육권과 직업권, 참정권을 주창한 여권통문은 오늘날 그 정신이 그대로 살아 대한민국헌법에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 직업을 가지고 일할 권리,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오랜 세월 묻혀 있던 여권통문을 오늘에 되살려 준 이정은 회장님과 (사)서울특별시여성단체연합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올해 여성대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행사 1부에서는 ‘서울 여성의 날’ 재선포 메시지 낭독 및 여권통문 전문 낭독 등이 이어졌다. 서울 여성의 날 메시지는 곽지연 서울시 간호 조무사회 회장이 낭독했으며 여권통문은 서명신 서울시합창단연합 회장이 선창했다. 다음은 각각 서울 여성의 날 재선포 메시지와 여권통문 전문이다.

서울 여성의 날 재선포 메시지

“제1회 여권통문의 날을 맞아 2020 서울여성대회에 참석한 서울특별시 여성단체 대표들과 여권통문 홍보대사들은 지금으로부터 122년 전인 1898년 9월 1일 서울의 북촌 마을에서 김 소사, 이 소사 등 보통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권리 선언문인 여권통문을 발표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2020년 9월 1일 ‘여권통문의 날’에 천만 서울시민, 남녀노소가 여권통문을 함께 읽고 이를 널리 알려 시대를 앞서간 대한 여성, 서울 여성들의 선견지명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여권통문은 여성의 참정권, 직업권, 교육권 등 여성의 3대 권리를 주창한 것으로 특히, 여성도 정치에 참여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던 한양 북촌 여성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진 오늘 서울 여성의 정치적 위상과 권리를 재조명하고 성희롱,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재확인하고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본조례에서 여권통문의 날을 기념하도록 신설 규정한 것을 기리며 여권통문의 날을 서울 여성의 날로 재선포한다.”

여권통문 

“대개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변하고, 법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고치는 것은 고금에 당연한 이치라. 우리 동방 삼천리강토와 열성조 500여 년의 사업으로 태평성대한 세월에 취해 무사히 지내더니, 우리 황제 폐하가 높고도 넓은 덕으로 왕위에 오르신 후에 국운이 더욱 왕성하여 이미 대황제의 지위에 오르셨도다.

그리하여 문명개화할 정치로 만기를 모두 살피시니, 이제 우리 이천만 동포 형제가 성스러운 뜻을 본받아 과거 나태하던 습관은 영구히 버리고 각각 개명한 새로운 방식을 따라 행할 때, 시작하는 일마다 일신 우일신함을 사람마다 힘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한결같이 귀먹고 눈먼 병신처럼 옛 관습에만 빠져 있는가. 이것은 한심한 일이로다.

혹 이목구비와 사지 오관의 육체에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처럼 사나이가 벌어 주는 것만 앉아서 먹고 평생을 깊은 집에 있으면서 남의 제어만 받으리오.

이왕에 우리보다 먼저 문명개화한 나라들을 보면 남녀평등권이 있는지라. 어려서 부터 각각 학교에 다니며, 각종 학문을 다 배워 이목을 넓히고, 장성한 후에 사나이와 부부의 의를 맺어 평생을 살더라도 그 사나이에게 조금도 압제를 받지 아니한다.

이처럼 후대를 받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 학문과 지식이 사나이 못지않은 까닭에 그 권리도 일반과 같으니 이 어찌 아름답지 않으리오.(중략) 슬프도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사나이가 힘으로 여편네를 압제하려고 한갓 옛말을 빙자하여 '여자는 안에서 있어 바깥일을 말하지 말며, 오로지 술과 밥을 짓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는지라. 어찌하여 사지육체가 사나이와 같거늘, 이 같은 억압을 받아 세상 형편을 알지 못하고 죽은 사람의 모양이 되리오.

이제는 옛 풍속을 모두 폐지하고 개명 진보하여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같이 여학교를 설립하고, 각기 여자 아이들을 보내어 각종 재주를 배워 이후에 여성 군자들이 되게 할 목적으로 지금 여학교를 창설하오니, 뜻을 가진 우리 동포 형제, 여러 여성 영웅호걸님들은 각기 분발하는 마음으로 귀한 여자 아이들을 우리 여학교에 들여보내시려 하시거든, 바로 이름을 적어내시기 바라나이다.”

행사 2부에서는 이성숙 여성사연구소 대표와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특강이 이어졌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 대표는 ‘여권통문과 여성의 참정권’을 주제로 진행한 특강에서 “여권통문은 봉건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탄생한 근대 여성 선언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그에 따르면 여권통문은 1898년 9월 1일 북촌에 사는 이소사와 김소사의 이름으로 발표됐다. 모두 한글로 되어 있고 694개의 글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발표자인 이소사는 이양성당, 김소사는 김양현당으로 전해진다. 여권통문을 가장 먼저 세상에 알린 언론은 제국신문이며 황성신문은 9월 8일, 독립신문은 9월 9일 ‘여학교 설시 통문’이라는 제목으로 전문을 실었다.

이 대표는 “여권통문은 한국 근대 여성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권리를 요구한 선언문이다. 봉건적인 가족과 혈연 공동체가 강요한 여성의 역할과 정체성에서 벗어나 근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여성 개인의 참정권, 직업권, 교육권을 요구하고 있다”며 “여성 자유와 평등 그리고 권리를 근대 문명 국가의 필수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직설적인 표현으로 여성의 참정권과 직업권, 교육권을 주장한다. 첫째, 여성의 참정권은 근대 문명 국가로의 위상을 가져올 것이다. 둘째, 남녀는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 셋째, 교육권은 참정권과 직업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양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인권 선언문인 여권통문을 발표한 당사자이며 최초의 여성단체 찬양회 회장을 맡을 만큼 여성문제에 대한 남다른 인식을 지닌 근대 여성 지도자였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양성당이 근대 사회에 맞는 이상적인 여성상으로서 삶을 살았으나 그녀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찬양회는 공립여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정치 투쟁에 나섰다. 1898년 10월 11일 오후 2시에 대궐(경운궁(덕수궁) 인화문 앞)밖에서 회장 이양성당과 부회장 김양현당dmf 비롯한 회원 100여 명이 흰 옷을 입고 고종 황제에게 공립여학교 설립 촉구 상소문을 올렸다”며 “‘상소’란 전제군주사회에서 관리 및 선비가 독점한 남성들의 공식 정치 행위였다. 봉건사회 여성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지만 찬양회 여성들이기에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정치 투쟁을 펼친 것이다. 전통사회에서 여성이 상소문을 올린 적은 없었다. 찬양회라는 단체의 이름으로 여성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제국의 황제에 상소를 올렸다는 것은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며, 국가 역시 여성의 정치 활동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던 것이다. 찬양회 여성의 상소는 5천년 한민족 역사상 최초로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요구하는 정치적 행위라는 점에서 여성정치사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찬양회 여성들의 상소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학교라 하는 것은 인재를 배양하옵고 지식을 확장하는지라. 그런 고로 옛적에 나라에 학(學)이 있고 향당에 상(庠)이 있으며 집에 숙(塾)이 있음은 홀로 남자만 가르칠 뿐 아니라 비록 여자라도 또한 가르치는 법이 있어 내칙(內則)과 규범(閨範)등 선훈이 갖추었사오며 구(歐)미(米) 각국으로 말씀해도 여학교를 설립하고 재예를 배워 개명 진보에 이르렀사온즉 어찌 우리나라에만 여학교 명색이 없사오리까. (중략) 깊이 통촉하옵소서. 학부에 칙령을 내리사 특별히 여학교를 설시하여 어린 계집아이들로 하여금 학업을 닦아 대한도 동양에 문명지국이 되고 각국과 평등의 대접을 밖에 하시기를 엎드려 바라옵나이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수정 교수 "여성 대상 폭력 범죄 규정되지 않으면 일부의 사회적 지위 향상 의미없어...스토킹 범죄로 처벌해야"

이어 이수정 교수는 ‘여성 대상 폭력’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 교수는 “본래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에 대한 강의를 요청받았으나 대회의 취지를 봤을 때 주제를 성폭력으로 한정하는데 안타까움을 느껴 이 같은 강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저는 범죄심리학을 연구하기 때문에 여성 이슈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성이 강력범죄 피해자 군의 80%를 형성하는 만큼 ‘여성의 안전은 곧 사회의 안전’이라는 생각으로 강의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성범죄 발생건수는 4대 강력범죄(살인·강도·절도·폭력)와 달리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언택트, 온라인 시대로의 생활상 변화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이들보다 1인가구 여성, 미성년자, 지적 장애인 여성 등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중에는 유달리 10대가 많다. 전통적인 신체접촉을 통한 성폭력 보다는 신체 접촉이 없이도 성폭력을 가하는 성 착취 영상물들이 많은데, 젊은 사람들에게 온라인 첨단 동영상 기술이 익숙하다보니 범죄를 저지르는 데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영상 최대 생산국으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시대가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회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은 아동·청소년들과 장애인 여성들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 것이 이번 디지털 성범죄(N번방·박사방 등) 사건이다. 디지털 성범죄 발생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치는 법무부, 통계청, 경찰청 등에 존재하는데 이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취약한 피해자인지 매년 새롭게 확인할 수 있다”며 “사회 최상위 계층에 여성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맞지만, 저는 사회적 지위 만으로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모든 여성 구성원이 안전하기를 기대하며 이것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계치 등은) 피해가 막심하며 하나도 나아진 것 없는 현실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입법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우리나라의 아동 청소년들, 안전한 환경에 있지 못하고 지위도 없는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국회를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국민들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최근 성교육 소재와 관련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논란이 일었는데, 사실 그런 문제를 이야기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교육 했는가’라고 본다. 어떤 과정을 통해 임신이 이루어지는지, 성병 등에 어떻게 노출 되는지, 어떻게 해야 피임을 할 수 있는지와 같은 것들만 가르치는 것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며 “성교육 교재 어디에도 타인의 의사를 어떻게 존중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는 한국 사회가 성폭력을 문자 그대로 폭력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그 보다도 일종의 개인의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행위로 이해하는 게 가장 바람직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인식이 형성되지 못한 데는 우리나라가 강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원인으로 작용했는데, 현재 정의당에서 최연소 의원이 ‘동의 여부를 강간의 기준으로 삼아 달라’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다. 결국 달라진 세대의 기준으로 보면 개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것이며 그에 반하는 행위는 당장 주먹을 휘두르지 않더라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데 부터 강간죄의 정의가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의에 따르면 영미권 국가의 강간죄 정의 및 성립 기본 요건은 상대의 동의 여부다. ‘거절했는데도 강요 등 수단을 사용해서 성관계를 맺었는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한국의 범죄 구성 요건에는 동의 여부가 포함되지 않으며, 가해자가 폭력 또는 협박을 가했다는 것을 피해자들이 입증해야만 한다. 이 교수는 “50년 전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처음 N번 방·박사 방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의 주인공들이 ‘나는 때리지도 않았고 협박도 안했다, 피해자들이 본인들 카메라를 가지고 스스로 음란 영상을 찍었는데 누구를 탓하는 거냐’는 주장을 펼쳐 그들과 논쟁을 벌여야만 했다. 이에 대한 수많은 ‘민원 메일’도 받았는데, 그 핵심 내용은 ‘우리는 처벌하면서 직접 음란물을 찍은 피해자들은 왜 처벌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며 “피해자들은 스스로의 의사에 반해서 협박 등에 의해 촬영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애초부터 상대방의 거절의사를 무시하거나 협박·강요·유인해서 음란물을 찍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가르쳤다면 가해자들도 그들의 행위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이다. 젊은 세대들에 성교육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이들이 성을 사고 팔 수 있는 물건 정도로 생각하게 된 것이고, 또 일부 권력 계층이 성을 매수해도 관행적으로 처벌받지 않아왔던 탓에 처벌을 부당하게 여기는 지경이 됐구나 싶어서 개인적으로 반성을 많이 했다. 온라인으로 떠돌아다니는 끔찍한 영상들의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을지, 어떤 과정에 의해 그런 영상을 촬영하게 되는지에 대해 아이들에게 교육하지 않았다는데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본론을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젠더 폭력에 오로지 성폭력만을 포함하는게 문제라는 것”이라며 “선진국들의 경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폭력을 젠더 폭력이라고 부른다. 가정폭력, 성매매, 우리나라에서는 입법조차 안 되어 있는 ‘스토킹’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지난 5월 초께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최근에도 한 식당 여주인이 스토커 손님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는 혼자 구애행위를 하면서 사귀고 있다고 집착하고 있던 남성이었는데, 여주인이 이를 참다못해 ‘오시지 마시라’고 관계를 단절하고자 하다가 결국은 처참하게 난도질당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문제는 여주인이 죽기 직전까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는데 있다. 쓰레기 불법투기 과태료를 8만원으로 설정한 지자체가 많은데, 이 보다도 과태료가 적은게 ‘지속적 괴롭힘’이라는 경범죄”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입증이 어려워 사건 성립도 어렵고, 경찰이 ‘아직 다치치 않았으니 한번 기다려 보세요’라고 응대하다가 결국은 죽어야 끝나는 사건이 스토킹”이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1년에 여러 여성들의 인명이 소실되고 있다. 스토킹을 구애행위 정도로 취급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입법이 안 되고 있는데, 외국은 매년 UN에 여성 대상 폭력 범죄의 발생건수와 처벌 내용을 보고한다. 우리나라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입법되기는 했으나 처벌조항이 없다”며 “여성 대상 폭력을 ‘헤이트크라임(Hate crime, 증오 범죄)’으로도 규정하고 보고하는 나라들이 꽤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성폭력만을 젠더 범죄에 포함한다. 다만 살인사건의 경우 여성 피해자 수를 따로 통계 내서 보고하는데, 굉장히 흥미롭게도, 가정폭력의 경우 평생 동안 두드려 맞다가 집안에서 사망하는데도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고 상해치사로 분류하고 이는 UN에 보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자가 지속된 가정폭력 결과 사망했다면 이것이야 말로 객관적으로 젠더폭력이라고 불러야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게 제가 확인한 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이 교수는 “UN ODC에서 매년 살인사건 사망자 성별 비율 통계를 공개하는데 2016년 기준 남성 사망자가 미국 79%, 캐나다75%, 호주 65%, 영국 63%, 프랑스 61%였다. 한국과 일본은 여성이 54%이며 독일도 총기 규제가 심각해 우리나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며 “개인의 신변 안전을 위한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영미권 국가들의 경우 남성들이 많이 사망한다. 폭력조직 및 마약조직의 구성원 대다수가 남자 범죄자들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이같이 폭력 수위가 대단히 높은 범죄 조직에 포함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총기 사용에 의한 사망은 여성들의 죽음과 별로 관계가 없다. 선진국일수록 당연히 여성들의 살인사건 피해 비율이 낮다. 여성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살게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우리나라는 남녀가 아주 공평하게 죽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성들이 좀 더 많이 사망하고 있다. 총기와 마약이 규제되고 있기 때문에 서구 사회의 사망 사건과는 양상이 다른데, 여성들이 남성보다 많이 죽는데 특별한 요인이 있지 않는지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여성들이 파트너나 친족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치가 나온다”며 “EU나 UN은 파트너 살인의 기준이 ‘피해자가 혼인신고를 했느냐’가 아니다. 현재 뿐 아니라 과거의 배우자 및 동거인, 연인에 의한 살인도 파트너 살인에 포함시키는데, 우리나라에는 관련 통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와 연구팀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집행된 1심 판결문 전량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국내에서 ‘파트너 살인’으로 사망에 이른 사람의 숫자는 총 1333명이었다. 이 중 10명이 남성이었으며, EU 및 UN 기준 파트너 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은 336건 가량(미수 포함)이었다.

이 교수는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기 위해 판결문을 계속 읽어본 결과 내린 결론은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살인사건 전에는 일종의 예비적 기간이 있는데, 피해자의 생활 패턴을 가해자가 미리 염탐하고, 괴롭히거나, 위협, 폭행, 협박, 구애 등 온·오프라인의 스토킹을 가하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법적 배우자가 아닌 상대에 의해 벌어진 살인 336건 중 126건(미수포함, 38%)에서 스토킹이 발생했다. 이 교수는 “스토킹을 일종의 살인 예비 행위 정도로 보시면 된다. 스토킹 끝에 죽는 피해자들은 일반적으로 살해당하는 여성들보다 훨씬 끔찍한 현장을 남기고 사망한다(오버 킬). 보통 얼굴을 수십 번 찔리는데, 그만큼 가해자가 앙심을 품고 있고 이를 발현하는 살인이기 때문이다. 안인득 사건이 전형적인 스토킹 사건으로, 사실 파트너는 아니고 일방적으로 사귄다고 착각해서 여고생을 따라다닌 건데 이를 데이트 폭력으로 취급하고 말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애’를 어떻게 규제하겠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를 규제했더라면 진주 방화사건에서 안인득이 죽였던 5명이 지금까지 살아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스토킹만큼 생명권 보호를 위해 입법해야 하는 사안이 없는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여성의 폭력 피해를 범죄로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범죄 취급조차 받지 않는다면 여성의 지위는 결코 향상될 수 없다는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의 전체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18만326건이었다. 이 중 경찰에 의해 사건화 된 것은 3만여 건이었으며 형법이 적용되어 ‘범죄’로 규정된 것은 400여 건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제가 'BBC 세계100인의 여성'에 선정된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BTS가 전세계 랭킹 1위를 하는 나라에서 여성 폭력 피해는 이 지경이며 그것을 막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해외 토픽감이기 때문”이라며 “현란한 우리의 역사를 뒤져봐도 과거보다 여성인권이 무엇이 나아졌는지 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호소를 하는데도 사건화 안 해주고, 형법적용 안 해주고, 스토킹이 범죄라고 그렇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기다려보세요’라는 대답만 듣고 감내해야 한다면 나아진 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에 젊은 여성들이 유달리 특별한 페미니스트라서 신변 안전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매일이 위험과 불안으로부터의 피신”이라며 “신림동 연립주택 사건 CCTV를 보면 알 수 있다. 집에 돌아가는 길이 위험하니 누군가 미행하나 계속 살펴보며 다니고, 결국 누군가가 따라오고. 따라와서 집안까지 들어오면 폭행이나 사망인 것이고, 다행히도 따돌리면 안전하게 귀가하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 혼자 사는 여성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우리 기성 세대가 느끼는 위기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는 범죄학자”라며 “범죄의 실태와 통계를 추적해서 범죄가 어떤 양상으로 발생하는지 연구해왔다. 몇 년 전부터 대중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나도 여성이라 여성들이 입는 피해를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제가 일상적으로 매일 만나는 연구 대상자들은 사실 아주 처참한 피해를 입은 분들이라는 것을 여성 사회에 이야기 하고 싶고, (국회를 향해) ‘제발 의미없는 것들 말고 여성의 사망을 막는 법안을 입법 해달라’는 목소리를 함께 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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