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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북한여성의 ‘오늘’... ②생존전략과 발전전략
한고은 기자 | 승인 2020.08.28 16:51
사진제공=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한국여성정치연구소는 8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북한여성사회연구 온라인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북한사회의 시장화와 함께 그 중심에 선 북한여성은 이제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 및 유통자, 혹은 자본가로서 참여하고 있다. <여성소비자신문>은 이번 학술회의 발표문을 발췌해 북한사회의 시장화와 함께 독립적 존재로 부상하는 북한여성의 오늘을 기획 시리즈로 조명한다.

사회와 가족 이중지탱…‘달리는 여맹’

박영자 통일연구원은 북한여성의 생존전략과 발전전략을 모색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북한여성 연구는 권위주의적인 절대권력체제라는 북한정권의 성격에 과도하게 짓눌려 북한정권의 여성정책 및 담론분석에 치중돼 있다. 사회와 가정 두 공간에서 이중 노동을 함에도 그 정치사회적 지위가 낮은 북한여성을 피동적인 희생자로 인식하는 권력의 가부장제 관련 연구에 집중된 것이다.

국가수립 과정에서부터 이어진 북한의 여성정책은 전통적인 어머니 역할에 사회적 역할을 부가한 어머니 노동자 이중역할론이었다. 이중역할론은 북한여성에게 지속적으로 규율됐던 북한의 여성상이었기에 기본적으로 고난의 행군 이전 시기에도 가사 육아와 사회 조직 생활을 동시에 해야 했던 북한 여성 특히 어머니들은 이중적 노동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1995년 이후 전개된 북한의 식량난과 선군정치는 북한여성에게 과거의 이중노동 부담과는 그 강도를 비교할 수 없는 생존 책임을 부가했다. 이러한 생존위기 상황에서 북한 여성들의 생존전략 양태는 크게 내핍과 출혈노동, 관계망 극대화 및 출산기피, 성매매 등으로 나타났다.

오랜 세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의 식 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 일상생활 관리의 주체로 구성되었기에 일상생활 지속의 어려움이나 위기의 시기 가족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은 가족 구성원 중 우선적으로 내핍과 출혈노동을 감내하곤 한다. 그리고 한 체제 내 자원배분의 우선순위가 군사 및 군수공업일 때 일상생활 세계를 꾸려나가는 여성은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내핍적 생활습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고난의 행군을 경유하며 상당한 인구가 기아로 죽거나 실종되는 절대위기 상황과 선군정치로 인한 남성부재 사회에서 북한여성들은 내핍과 출혈노동을 넘어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강한 생활력을 발휘하게 됐다.

여성들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길 닦기, 마을청소, 수해복구, 농촌활동 등에 동원되고 낮에는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해서 가족생계를 지탱하는 등 사회전반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달리는 여맹 이라고 한다.

이렇듯 북한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식량난 이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는 군대 및 군수산업에 상당수 남성들이 동원되었고 체제유지를 위한 각종 기관의 구성원이 주로 남성들이 기 때문이며 더불어 북한여성이 자녀양육과 가족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문화 때문이다.

역할규범으로 인한 ‘생존능력’ 획득

북한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다양한 관계망을 형성했다. 이는 여성이 일상생활 및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군사주의적 젠더 정책이 파생한 성별 역할규범 때문이다. 국가권력에 위한 성별 차이의 정치 와 사회화 과정에서 습득된 특성, 그리고 위로부터의 강제에 대응하면서 자신의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 여성 스스로 체득한 습속이 결합되면서 나타난다.

또한 대개 여성들이 가족 내 가부장 권력인 아버지와 남성형제와의 갈등 속에서 남성보다 먼저 인간관계 형성의 중요한 전략인 순응과 타협 또는 침묵과 저항을 통해 자신의 신체보호와 이익추구 기술을 무의식적으로 습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존능력은 한편으론 사회규범과 연계되어 인간관계의 갈등을 조절하는 여성의 관리능력 또는 부드러움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남성보다 훨씬 강한 위기 대처능력 및 인내력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북한여성들은 북한 내 시장을 형성 및 강화하고 사유재산을 축적했다. 생존을 위해 시작된 장사행위가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북한의 시장사회화를 진전시켰다. 이에 따라 장사의 주체인 여성들의 사유재산 축적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북한여성들은 시장의 효용성을 경험하고 돈의 맛을 알게 되면서 개인의 삶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게 된다. 즉 생존전략을 넘어선 발전전략이 구사되는 것이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 증대

애초에 북한여성들이 장사에 적극적이거나 호의적이진 않았다. 오히려 계획경제와 봉건적 사회문화 속에서 장사를 천시하는 의식이 강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거리로 나서 장사를 시작하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면서 장사와 시장에 대한 의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그 결과 돈이라는 물질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로 삶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큰 매개라고 인식하게 된다.

한편 급격한 의식변화로 물질만능주의 문제 또한 급속히 확대됐다. 그리고 사유재산의 규모에 따라 북한사회에 새로운 계층화가 이루어지고 더 나은 생활을 향한 욕구가 증대된다. 이 같은 욕구를 증폭시킨 외적 계기는 생존을 위한 이동의 증대와 정보 입수 및 교류이고 이 흐름에 따라 개혁 개방 필요가 증대된다.

또한 시장사회화와 정보유입 과정에서 북한여성의 노동양상과 의식 변화가 물질적 이익 중시로 나타난다. 특히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과 남성중심적 군사문화 속에서 여성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권력에 충성하는 것보다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진제공=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조직과 규범으로부터의 일탈

더 나은 삶을 향한 욕구는 기존 사회체제를 유지하려는 권력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려는 행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대표적 양상은 절대권력자에 대한 충성심 약화이다. 다음으로 주민 동원 및 조직생활을 통한 통제력 약화이다. 특히 출신 성분 때문에 상처받았거나 불만을 가졌던 주민들의 일탈이 두드러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규범의 변화와 각종 범죄가 증가하는 등 권력이 강제하는 조직과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이 현재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장사회화와 더불어 자유에 대한 욕구도 확산됐다. 특히 정치권력으로부터 소외되었던 적대계층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시장이 발전하면서 적대계층 주민들은 돈 버는 길이 출세하는 길 이고 돈이면 권력도 명예도 살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출신성분으로 인해 진학이나 직장배치 결혼 등으로 상처를 받은 이들의 의식변화와 일탈이 크게 나타난다.

또한 과거에는 천시받았던 일본 중국 남한 등 국외출신자 가족들이 각 나라의 친척들로부터 지원받는 걸 보면서 동경의 대상이 된다.

사회문화적으로는 가부장적 규범의 해체 양상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미혼모이거나 이혼을 하는 경우에도 삶이 지속된다. 가장 광범위하게 드러난 사회병리적 일탈은 사기 및 각종 범죄 증대다. 특히 시장경제를 여성이 주도하다 보니 경제사범의 약 80% 정도는 여성들이고 강도 및 살인 범죄자는 주로 남성들이라고 한다.

각종 규범 및 통제에 대한 일탈 현상은 줄어들기는커녕 전국적으로 일반화되어 현재 북한사회는 법을 어겨서라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연한, ‘비법의 일상화’이다.

사랑과 결혼의 타산

북한 여성들의 혼인신고 기피와 만혼, 동거 선호 등도 증대하고 있다. 결혼하면 여성들이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하기 때문이다. 출신성분 및 집안을 보던 과거와 달리 현재 북한 여성들에게도 결혼의 제 조건은 남성들의 경제력과 발전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을 갖춘 남성들이 그리 많지 않아 미혼여성들의 결혼기피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부부와 가족관계에서 여성이 독립적일 수 있는 연상연하 커플이 늘었다. 똑똑한 남자들은 여자에게 아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장사를 잘하는 여자와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군대와 군수산업 건설 돌격대 등 체제유지를 위한 집단 사업에 남성 상당수가 배치되어 있어 사회적으로 남성의 수가 여성에 비해 월등히 적어 남자들은 군대를 제대하면 대개 결혼하는데 여성들은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남자들이 드물다 보니 결혼하지 않는 소위 여성들이 많아졌다.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과거에 비해 이혼 판결도 용이해졌다. 특히 남편의 지속적 폭력과 외도 등에 대해서는 재판부도 가정생활 유지가 어렵다고 이혼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회의 남성중심성으로 재판이혼 시 세대주인 남성의 의사가 더 많이 반영된다고 한다. 특히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은 북한의 재판부에서 남편의 이혼 제기를 아내의 이혼 제기보다 더 중시한다고 증언한다. 이와 같은 남성 중심적 이혼 판결이 여성들의 결혼 회피와 새로운 이성관 모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북한 전역에 이혼 요구가증대됨에 따라 당국이 이혼하는 자는 강제추방 하겠다는 조치를 내린 적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엄포를 중시하지 않는다. 결혼이나 이혼을 굳이 당국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고 없이 살다가 헤어지면 된다는 의식이 확산됐다. 이로 인한 출산율의 저하 역시 당연히 따라온다.

주체적인 발전 전망 실행하는 북한여성들

북한여성의 생존전략은 권력의 작용에 타협하기도 하고 벗어나기도 하면서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생존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평등한 젠더정책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내일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서 북한여성들은 발전전략을 꾀하게 된다.

즉 권력의 작용으로부터 벗어나 주체적인 발전 전망을 세우고 실행하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양상은 시장사회화 주도와 사유재산 축적 조직과 규범으로부터 일탈, 가부장적 규범의 해체 결혼관 변화와 이혼 출산 억제, 그리고 탈북 모색과 탈북 등으로 나타난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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