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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뒤바꾼 소비 형태 및 생활문화로 인해 앞으로는 주택의 입지나 위치보다도 주택 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주변 환경과 면적 등 ‘주택의 질’이 중요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형태, 주택 내 활동 파생 수요 증가

서울연구원 이지은 초빙부연구위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거셌던 지난 3월 한 달 동안의 부동산 시장 및 온라인쇼핑 거래 데이터를 분석하고 앞으로 도시에 미칠 변화 양상과 대응방안을 다뤘다.

이 기간 소비자들이 늘린 소비 품목을 상품군별 거래액으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동안 거래액이 증가한 상품군과 거래액이 급감한 상품군이 명확하게 분리되는 경향을 보였다. 거래액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증가한 상품군은 자동차 및 자동차용품(+98.6%), 농축수산물(+91.8%), 음식서비스(+75.8%), 음·식료품(+59.3%), 생활용품(+46.9%), 가구(+42.6%), e쿠폰서비스(+37.5%), 컴퓨터 및 주변기기(+29.7%), 서적(+28.7%), 애완용품(+28.0%), 아동·유아용품(+24.6%) 등이다.

이지은 위원은 “이는 언택트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일상이 재편됨에 따라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재택근무와 화상 통화, 가정 내 요리·식사, 그리고 반려동물 돌봄, 아이 돌봄과 같은 주택 내 활동의 파생수요가 증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거래액이 감소한 상품군은 문화 및 레저서비스(-89%), 여행 및 교통서비스(-74%), 패션용품 및 액세서리(-12%), 가방(-5%), 화장품(-4%), 의복(-4%)이었다. 이 위원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순 감소를 기록한 상품군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극장이나 콘서트장 티켓 등 문화 및 레저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됨에 따른 여행 및 교통서비스 관련 소비도 크게 감소했다.

그 외에는 외출해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외적으로 보이는 데 필요한 패션이나 액세서리, 가방, 화장품, 의류 등 외출에 파생되는 수요는 감소했다. 이 위원은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저에는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언택트 생활을 유지하며 주택에 머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선택, 입지적 측면보다는 주택 면적과 질에 대한 고려비중 높아져

이 위원은 “시민들의 일상 변화와 연계해 도시·주택 문제를 도시경제학 관점에서 바라보면 코로나19는 사람들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면서 통근시간을 줄여줌으로써 여가시간을 증가시켰고, 비대면 문화를 확산시키며 외출을 줄이고 주택 내 체류 시간을 늘림으로써 주택이 개인의 소비조합에 미치는 중요성을 증가시켰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가 쉽게 되돌려지지 않을 것이라 가정할 때, 코로나19 이후의 도시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첫 번째로 “재택근무가 보다 확산될수록 개인이 주택을 선택함에 있어 ‘어디에 살 것인가’ 하는 거리(위치)의 문제보다는 ‘얼마나 쾌적한 주택에 살 것인가’ 하는 주택 면적과 주택의 질에 대한 문제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일 출퇴근하지 않게 된다면 내 집이 어디에 위치하는가 보다 인터넷이 얼마나 잘 연결되어 있는지, 얼마나 쾌적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얼마나 넓은지 (적정 주거면적) 등 주택 자체의 질에 더 큰 비중을 둔 소비자들의 선택이 이루어진다는 것.

때문에 “개인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주택면적을 늘려 기존 1~2인 가구 증가에 따라 소규모 주택 선호 트렌드를 꺾을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에는 침실과 부엌 정도만 필요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는 내 집에서도 업무용 방이 하나 더 필요하고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아이용 공부방이 요구되는 등 주택이 차지하는 질적 의미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위와 같은 변화는 도시 외연부의 주택가격 및 토지가격 상승,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도시 크기의 확장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단위면적당 토지와 주택 가격이 매우 높은 지역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도시 외곽에의 선호가 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수도권 외곽지역의 주택가격 상승 추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가구당 가구원수가 1-2인 가구로 재편되면서 주택 공급이 더욱 필요했지만, 도심까지의 거리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비대면 일상과 주택 내 생활시간이 증가하고 필요한 적정 주거면적이 확대된 최근의 충격은 이러한 도시 외곽 상승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삶의 질 고려한 신규 주택 추가 공급 필요

이 위원은 예상되는 주택가격 상승과 필요 적정주거면적 확대 등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변화된 일상에 대응할 수 있는 신규 주택을 추가로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단순히 주택 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 속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위상 자체가 달라진 주택에서의 삶의 질을 더욱 고려한 공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설과 원격근무가 가능한 공용 업무공간, 증가하는 1인 가구, 고령층 가구원으로 구성된 가구, 반려동물 동반가구를 위한 시설 및 디자인적 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이 위원은 “이러한 양질의 주택공급 확대는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완화함으로써 주거비부담을 낮춰 주면서도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하면 다른 부문에 비해 특별히 큰 타격을 입은 문화 및 레저서비스, 여행 및 교통서비스와 같은 상품·기업, 오프라인 영업점들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집중적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양질의 신규 주택공급을 대폭 확대하면서, 문화시설과 레저 관련 시설·서비스를 주택단지와 함께 연계해 공급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 위원은 “이를 통해 이번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맞이한 문화/레저 업계의 일자리 쇼크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규모 밀집이나 장거리 이동 없이도 주택단지 내에서 양질의 문화 및 레저를 즐길 수 있게 됨으로써 고령층 비중이 높아지는 미래에 걸맞은 새로운 주택단지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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