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서유리 기자]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할 만큼 흔하다. 보통 여자는 10~25%, 남자는 5~12%가 우울증을 경험한다. 2011년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의 정신건강에 관한 서울시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우울증 성향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26%였다. 우울증 중에서도 자살, 특히 한국인은 자살률이 유독 높은데 이와 관련해 자살과 연관성이 높은 우울증 유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란?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팀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6개국 13개 대학병원에서 총 547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가 간 비교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자살 위험도가 높은 우울증 유형을 발견하고 국제학술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전홍진·홍진표 교수팀은 아시아 민족에서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을 보이거나 충동·분노감을 나타내는 경우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 위험이 각각 2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한국인은 우울증 중에서도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42.6%로 다른 민족보다 1.4배 이상 높았으며 같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에서도 자살 위험이 다른 민족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란 심각한 우울증의 여러 가지 유형 중 한 형태로 즐거운 감정을 못 느끼고 심한 식욕감퇴와 체중 감소, 안절부절 못하거나 행동이 느려지며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찍 깨고 아침에 모든 증상이 더 심해지는 특징을 보이는 우울증을 말한다.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률 높아 위험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의 경우 특히 술로 잠을 이루려고 할 수 있는데 충동성과 초조 불안이 증가해 결국 자살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새벽에 심해지고 술로 잠을 이루면 새벽에 금단증상이 발생하므로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 새벽 시간에 자살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한국과 중국처럼 사계절의 변동이 큰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더 많이 생기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생겼다. 특히 한국인에게서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을 보이는 경우 다른 나라의 일반 우울증 보다 4배 이상 자살 위험이 증가할 정도로 자살 위험이 높았다.

전홍진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중 최고 수준인데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우울증 중에서도 특정 우울증 유형을 다국가 공동연구를 통해 발견해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 있는 연구”라며 “멜랑콜리아형 우울증 환자에 대한 집중적 치료와 사회적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나라 자살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인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충동ㆍ분노감도 자살 위험 요인

한편 충동·분노감을 보이는 경우도 자살 위험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충동·분노감은 다른 요소를 제한하고 나서도 자살위험도가 2.45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동·분노감이란 타인에 대해서 느끼는 분노와 증오감을 의미한다. 충동·분노감은 우울증이 동반됐을 때 주관적으로 더 심하게 느낄 수 있는데 우울증이 매우 심해져서 피해의식 등 정신병적인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 자살 위험도가 급격히 증가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모두 자기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쉬운데 이를 ‘관계사고’라 한다. 이것은 망상의 한 형태이며 때때로 편집장애, 정신분열증, 연기성 성격장애, 심한 부정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하나의 징후로 나타난다.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

서유리 기자  yulee@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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