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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여름 별미 꽁보리밥[박혜경 명인의 음식이 약이 되게 하는 약선밥상 23] 건강한 여름 나기 4
박혜경 요리연구가/푸드스타일리스트 | 승인 2020.08.18 12:16

[여성소비자신문]누구나 추억되는 음식 하나쯤은 가슴 깊은 곳에 저장되어 가끔씩 그리움 속에서 울림이 되어 맛의 추억을 찾는다.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길다. 하늘엔 구멍이 뚫린 듯 억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곳곳의 도랑은 물이 넘쳐 길은 방향을 잃고 물길 속에 갇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마루 끝에 나와 앉아 텃밭을 바라보니 심어둔 열무 장대비를 맞아 여린 풀잎처럼 쓰러져 있다. 꺾어진 열무 이파리를 하나.둘 따다 보니 가마솥에 꽁보리밥을 해서 열무 김치를 얹어 온 가족이 함께 열무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던 옛 시절이 그리워진다.

보리쌀을 물에 담가 불린 후 가마솥에 넣고 뽀글뽀글 거품이 나올 때까지 끓여서 아궁이에  나무를 넣고 빼면서 불 조절을 하여 푹 퍼지게 먼저 삶아낸 후 대바구니에 담아 쉬지 말라고 바람이 선선하게 들어오는 창가 끝에 올려놓고 밥을 할 때 흰쌀을 조금 섞어 보리밥을 해주셨다.

꽁보리밥을 준비하는 날이면 텃밭에서 열무를 뽑아서 열무김치를 담그고 어린 고구마순을 꺾어 겉껍질은 벗겨내서 살짝 삶은 후 된장과 고추장을 넣어 무쳐놓고 애호박은 썰어서 볶아내서 준비한 재료를 꽁보리밥 위에 얹고 참기름을 듬뿍 쳐서 큰 양푼에 담아 차려 주시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비벼서 맛있게 먹었던 꽁보리밥은 아련한 세월속에 묻혀져 추억으로 남아 가끔씩 그리움의 울림이 되어 그 맛을 생각나게 한다.

순수했던 고향의 맛이 담겨 있는 꽁보리밥. 쌀이 귀했던 보릿고개 시절에는 가난의 상징이 되어 질리도록 먹어 천덕꾸러기였던 꽁보리밥은 이제는 옛 시절을 그리는 추억이 담긴 음식이 되어 귀한 대접을 받고 많은사람들이 찾아서 먹는 여름 별미가 되어 있다.

가난의 상징으로 알려진 보리는 최근 들어 보리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고 쌀, 밀, 보리 등 곡류 중에서도 최고 웰빙 식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건강식품으로 찾는 보리에는 변비, 대장암 예방, 콜레스테롤 개선, 혈당 조절 등을 돕는 식이섬유가 쌀, 밀보다 가장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통보리 100g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21g, 백미에는 11g, 밀에는 4g이 들어있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통보리에 식이섬유가 많다. 보리밥을 먹으면 민망할 정도로 방귀가 나오는 것도 보리에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보리가 장운동을 촉진시켜 장에 쌓여있는 노폐물을 내보내 주기 때문이다. 실제 이스라엘에서는 보리를 변비약으로 사용하고 있고 변비가 있는 환자에게 밀가루 대신 보리로 만든 비스켓, 케이크 등을 먹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변비로 고민이라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보리쌀을 섞어서 밥을 지어 먹으면 변비 개선에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보리는 우리의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무기질, 비타민류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중국 고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보리는 오장을 보호하고 기를 내리고 식체를 없애고 식욕을 증진한다"라고 써 있다.

보리는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얻을 수 있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쌀밥에 비해 보리밥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해서 식사 시간이 길어지므로 너무 빨리 먹으면 "그만 먹으라"는 신호가 내려져 과식을 하는 경우를 막아준다.

식사 전후에도 때때로 보리로 차를 만들어 마셔주면 보리의 풍부한 식이섬유가 식욕 조절을 도와주어 다이어트에 더욱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보리의 순이나 싹을 먹어도 좋다. 보리순에는 우유보다 칼륨이 55배 칼슘이 11배가 들어 있고 비타민C도 사과 60배가 들어 있어 건강에도 도움을 주면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

보리에는 숙취 해소 성분인 베타 글루칸이 쌀의 50배 밀의 7배가 들어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효능이 있다. 베타 글루칸이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것을 막아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떨어트리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보리는 당뇨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식사 후 혈당이 빠르게 오르내리는 것을 막아주어 식사 후 혈당 변화가 적다.

보리는 곡류이지만 단백질도 많이 함유하고 있고 통보리는 100g당 단백질 함량 13.8g이 들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보리를 "오곡지장(五穀之長)"이라고 쓰여있어 곡류 중의 왕이라는 뜻으로 다섯 가지 곡식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여겼다.

단 보리는 열을 빨아들이는 식품으로 위가 차가워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추운 겨울철에도 추위를 이겨내고 자라는 보리는 다른 식물에 비해 병충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할 수 있어서 무공해 식품이다.

보리를 구입할 때는 손으로 만졌을 때 부드럽고 담황색으로 광택이 있는 것이 좋으며 보리알은 둥그스럼하면서 통통하고 이물질이 섞여 있지 않고 냄새를 맡았을 때 풍미가 있는 것이 좋다. 구입 후에는 벌레가 생기기 쉬우므로 밀폐시킨 후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좋다.

꽁보리밥을 맛있게 짓는 방법

꽁보리밥은 오래 불린 후 사용하면 좋다. 보리쌀을 한 번 먼저 삶아서 사용하면 훨씬 부드럽고 맛있는 보리밥을 만들 수 있다. 불린 보리와 동량의 물을 넣고 끓이다 물이 줄면 다시 동량의 물을 부어 끓여주고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중불과 약불에서 5분씩, 불을 끈 후 3분 정도 뜸을 들여 주면 된다.

압력솥을 사용하여 보리밥을 할 경우에는 센 불에서 증기가 올라오는 소리가 될 때까지 끓이다가 중불에서 5분, 약불에서 3분 가량 뜸을 들이면 된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기압력밥솥은 밥솥 기능에 잡곡밥 기능으로 맞춘 후 사용하면 쉽게 보리밥을 지을 수 있다.​

넓은 양푼에 보리밥을 담아 텃밭에서 나온 열무, 애호박, 가지등 채소를 얹은 후 참기름을 넣고 비비고 구수한 된장국에 갓 따온 호박잎을 쪄서 꽁보리 비빔밥을 떠서 젓갈을 얹어 싸서 먹으면 고기를 먹을 때보다 고소하고 맛있었던 기억은 그 시절 가족의 행복함이 같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비싼, 귀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 아니여도 우리의 가슴에 추억으로 남아 삶에 착한 원동력이 되어지는 꽁보리밥을 준비하여 옛날 시골집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 가마솥에 보리밥을 지어 먹었던 이야기들을 곁들여 전해준다면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교육이 되고 맛있는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박혜경 요리연구가/푸드스타일리스트  Openhp9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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