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후덥지근한 장마가 계속되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여름이 되면 기운이 빠지고 입맛 마저 까칠해진다. 건강하게 여름을 이겨낼 수 있도록 청정 일급수에서만 사는 다슬기를 이용하여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보자.

무더위로 처마 밑 호박잎은 지친 듯 축 쳐져 있고 쉼 없이 부채질을 해보지만 더위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열대야까지 동반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날이 더 더워질수록 더욱 생각나는 어린 시절 온 가족이 함께 계곡으로 피서를 가서 즐겁게 지냈던 그 시절.

인생에 단 한번만이라도 알라딘 램프처럼 소원을 들어주는 '찬스'를 쓸 수 있다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부모님을 모시고 계곡으로 피서를 떠나고 싶다. 살아계실 때 좀 더 많은 사랑을 드리고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을 수 있도록 자주 찾아뵐 것을….

이제 와서 후회를 해보지만 사무치는 보고픔만 남을 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더욱 그리워진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시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던 친정아버지, 지금은 찾아뵐 수 없는 곳에 계시기에 무더운 여름이 돌아오면 친정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진다.

무더운 여름 무더위에 모두가 지쳐있으면 친정아버지께서는 계곡으로 피서지를 정해서 시원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피서를 가는 날이 돌아오면 아버지께서는 커다란 솥과 장작, 토종닭을 준비하시고 어머니는 텃밭에서 호박, 오이. 부추. 아욱. 고추 등을 따오시면 집에서 가까운 지리산 계곡으로 피서를 떠났다.

계곡에 도착하면 아버지께서는 맨 먼저 차가운 계곡물에 수박을 담가 흘려 내려가지 않도록 돌로 둘러 놓으시고 솥을 얹을 수 있는 큰 돌을 찾아 쌓아서 화덕를 만들어 놓으셨다.

우리 형제들은 모두 물가로 가서 물놀이를 하면서 물가의 돌을 들추어 가면서 다슬기를 잡았다. 다슬기를 한아름 잡아 돌아오면 엄마는 우리가 잡아 온 다슬기를 깨끗이 씻어 잠시 물에 담가 해감을 한 후 소쿠리에 받쳐 두셨다.

화덕 위에 솥을 걸고 물을 부어 끓으면 다슬기를 넣어 살짝 삶아 건져내면 우리는 다시 모여서 다슬기 살을 까서 먹었고 다슬기를 살 살 돌려서 꺼내 누가 더 다슬기살이 끊어지지 않고 내장까지 잘 까냈는지 내기를 하곤 했다.

얇고 긴 꼬쟁이에 다슬기 살을 차곡차곡 모아서 한입에 모두 빼 넣어 먹으면  맛이 최고였다. 다슬기를 건져내신 후 다슬기 육수에 토종닭을 넣고  마늘. 황기. 찹쌀, 녹두 등을 넣어주시면 아버지는 화덕에 나무를 더 넣어 화력을 세게 하여 토종닭이 푹 익을 수 있게 해주셨다.

닭이 익으면 어머니는 넓은 쟁반 위에 닭을 건져내신 후 살을 발라 주셨는데 그때 먹었던 다슬기 삼계탕의  맛있는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은 어느 곳에서도 어린 시절 계곡에서 먹었던 다슬기 삼계탕의 맛을 찾을 수 없지만 그 추억은 정겨운 기억으로 남아 우리가 착하게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는 근본이 되어 주고 있는 것 같다. 바위만한 돌로 화덕을 만드시면서 '불쏘시개 할 수 있는 잔 나뭇가지를 주어 오라"고 하시던 아버지의 그리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 그리워진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던 마법과 같은 그때처럼 올 여름에는 홀로 남으신 친정엄마를 모시고 온 가족이 모여 가까운 계곡을 찾아 아버지와 함께했던 그리움을 같이 나누고 싶다.

다슬기는 지역에 따라 강원도, 충청도는 올갱이, 전라도는 데사리, 고동 경상도는 고디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급수 하천이나 계곡 등에서만 서식하는 녹색빛깔의 다슬기는 특유 쌉싸래한 맛도 좋지만, 다슬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효능은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슬기에는 간 건강을 지켜주는 아미노산,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간 기능을 회복시켜주고 간을 건강하게 관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신 후 알콜이 간에서 제대로 분해되지 않으면 속도 안 좋고 머리가 아프면서 정신도 맑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부터 다슬기 해장국을 먹으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전해지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다슬기는 숙취 해소와 신경통을 줄이고 갈증 해소를 한다라고 적혀 있다.

다슬기를 꾸준히 섭취하면 신체에서 쌓인 독을 풀어주고 피를 맑게 해주며 혈액순환이 잘되게 해준다. 간열로 인한 눈의 충혈과 통증 눈의 피로를 해소 시켜주어 눈을 밝게 해준다. 최근 들어서 현대인들은 눈 건강 악화와 눈의 피로를 많이 호소하고 있다.

컴퓨터 발달과 스마트폰의 일상화로 눈이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눈 건강을 위해 다슬기를 섭취해주면 좋을 것 같다. 동의보감에서도 다슬기는 간에 발생한 열을 내리고 눈의 충혈과 통증을 다스린다고 적혀 있다.

또한 다슬기에는 철분이 다량 들어있어 철분 보조제에 의존하지 않아도 혈액내의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도와 철분 부족으로 발생되는 빈혈을 예방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있으며 특히 생리로 인한 철분 손실이 많은 여성이 다슬기를 섭취한다면 더욱 많은 도움이 될수 있다.

다슬기는 철분뿐만 아니라 칼슘. 마그네슘 성분이 풍부하여 근육의 수축이나 이완을 도와 어지럼증,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우울증 증상에도 도움을 주며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나 노인 분들의 뼈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뼈의 밀도가 낮아지고 뼈에 구멍이 생기는 골다공증에도 효과가 있다.

다슬기는 지방의 함량이 적고 단백질의 함유량이 높아 다이어트에도 매우 효과적이며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주어 변비와 숙변을 제거해준다.

단, 다슬기를 섭취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다슬기는 차가운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몸이 차가운 분들이 다슬기를 과식하면 배탈 설사를 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한 다슬기는 날것으로 먹으면 폐디스토마와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익혀 먹도록 한다.

다슬기를 요리를 할 때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음식을 선택하여 함께 요리해주면 좋다. 따뜻한 성분을 가진 부추. 아욱. 닭 등이 차가운 성질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함께 요리하면 좋다.

다슬기를 손질할 때는 흙과 같은 불순물이 많으므로 다슬기의 미끈한 느낌이 없어질 때까지 소금물로 문질러 씻은 후 생수에 소금을 조금 넣고 3시간 이상 뚜껑을 덮고 해감 시켜주도록 한다.

해감을 한 다슬기는 소쿠리에 받혀서 다슬기 속살이 껍질 밖으로 충분히 나오게 한 다음 끓는 물에 넣어 속살이 나온 상태에서 익혀야 껍데기 안으로 속살이 들어가지 않아 다슬기 살을 빼기 쉽다. 다슬기를 삶을 때는 너무 오래 삶으면 껍데기에서 다슬기 살을 빼기 어려우므로 삶은 시간은 4~5분 정도만 삶아 준다.

다슬기살을 뺄 때는 끝이 뾰쪽한 핀을 이용하여 다슬기를 살살 돌려가면서 빼주면 쉽게 뺄낼수 있다. 삶은 후 다슬기 육수와 다슬기 살은 따로 냉동 보관하여 사용한다.

다슬기를 이용한 요리

다슬기 삼계탕

따뜻한 기운을 가진 닭과 차가운 기운이 가진 다슬기에 몸에 좋은 약재를 첨가하고 찹쌀,녹두 등을 넣어 다슬기 삼계탕을 끓이면 맛있고 영양있는 여름철 보양식이 될 수 있다. 일반 삼계탕보다 시원하고 느끼한 맛이 없다.

다슬기 해장국

다슬기 육수에 된장을 풀어준 뒤 다진 마늘을 넣고 아욱, 얼갈이, 부추 등을 넣어 끓여주면 맛있는 다슬기 해장국이 된다. 단, 아욱을 사용할 때는 아욱을 치댄 듯 주물러 주어서 미끈한 성분을 없애주고 넣어야 깔끔하고 시원한 다슬기 해장국을 맛볼 수 있다.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나 고춧가루를 넣어주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춰준다. 술 먹은 다음 날 해장국으로 먹으면 최고의 건강식이 될 수 있다.

다슬기 수제비

다슬기 삶은 육수에 애호박, 아욱, 양파, 풋고추, 부추 등을 선택하여 넣고 끓이다가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떼어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맛있고 시원한 다슬기 수제비가 된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신록이 감싸고 있는 시원한 계곡으로 피서를 가서 친정엄마가 끓여주시던 다슬기 수제비, 다슬기 삼계탕을 먹고 나면 기운이 솟아 건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지금은 코로나19에 갇혀 계곡을 찾아 편안하게 피서를 보낼 수는 없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시장에 나가 다슬기를 구입하여 다슬기 수제비, 다슬기 삼계탕을 만들어 건강한 여름을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해보자.

피서지에 온 듯 온 가족이 모여 작은 껍질 속에서 돌돌 말아 나오는 다슬기 살을 까먹으면서 화목한 시간을 가져 보면 좋을 것 같다.

박혜경 요리연구가/푸드스타일리스트  Openhp9000@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