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해변으로 가요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 줘요

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해도

나는 나는 행복에 묻힐 거예요

 

불타는 그 입술 처음으로 느꼈네

사랑의 발자국 끝없이 남기며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 줘요

나는 나는 행복에 묻힐 거예요

 

불타는 그 입술 처음으로 느꼈네

사랑의 발자국 끝없이 남기며

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해도

나는 나는 행복에 묻힐 거예요

나는 나는 행복에 묻힐 거예요

물과 그늘이 그리운 여름이다. ‘코로나19’로 피서객이 줄었지만 바다를 찾는 사람이 적잖다. 이맘 때 애창되는 불후의 대중가요 ‘해변으로 가요’는 언제 들어도 시원하다.

파도가 밀려오고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 해변의 연인들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다. 노랫말에서처럼 백사장에 사랑의 발자국을 남기며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그려진다.

4분의 4박자, 고고리듬의 이 노래는 남성음악그룹 키보이스(Key Boys)가 불러 히트했다. 몸과 마음을 적셔주는 청량음료 같은 곡이다.

노래 배경지, 요코하마 근교 쇼난(湘南)해변

‘해변으로 가요’는 원래 일본 곡이었다. 가사는 우리말로 번역된 것이다. 이 노래는 일본 8인조 그룹사운드 ‘더 아스트로 제트’의 리드보컬가수로 활동했던 재일교포 이철(李徹/일본명 아베 데스) 씨가 1965년 요코하마 근교의 쇼난(湘南) 해변을 배경지로 작사·작곡했다. 원제목은 ‘하마베에이꼬’(浜邊へ 行こう).

노래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불리게 된 건 5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서울시민회관(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다. 그해 그곳에선 아시아 그룹사운드페스티벌 무대가 펼쳐졌다. 우리나라 키보이스와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그룹사운드들이 5일간 공연했다. 이들 중엔 이철 씨를 포함한 8명의 일본 그룹사운드 ‘더 아스트로 제트’가 있었다.

그러나 그 무렵 우리나라에선 일본노래를 현지어(일본말 가사)로 부를 수 없게 돼있었다. ‘더 아스트로 제트’의 리더 이철 씨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작사·작곡한 ‘하마베에이꼬’ 가사를 국제관계 평론가인 형(이건 씨)에게 한국말로 번역해달라고 맡겼다.

이건 씨는 이를 다시 친분 있는 소설가 이호철 씨에게 번역을 부탁해 공연할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불리고 있는 노래가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로 나가는 ‘해변으로 가요’다.

인기절정의 키보이스가 이 노래를 부른 건 그 이듬해인 1969년부터다. 시민회관공연이 끝난 뒤 키보이스가 이철 씨에게 “그 노래를 부르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일본으로 돌아간 이 씨는 “노래를 불러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는 주간조선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그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음악가로서 호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록 전에 이 노래 작사·작곡자 관련기록을 보면 여러 사람들 이름이 나온다. 1970년 유니버설레코드사가 만든 음반 ‘보칼 NO.1 키보이스 특선 2집’엔 작사·작곡자 표시 없이 키보이스 가요그룹 노래라고만 돼있다.

1976년 유니버설레코드사에서 제작된 ‘키보이스 골드’ 레코드판엔 키보이스 작사·작곡으로 표기됐다. 이어 1983년 4월 서울음반이 만든 ‘키보이스 골드’ 음반엔 김희갑 작사·작곡으로 나와 있다. 그러다 1998년 1월 키보이스멤버 장용 씨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딸(장실비아 씨)이 명의를 이어받았다.

법정다툼 39년 만에 저작권 되찾아

하지만 노래원작자 이씨가 소송을 통해 저작권을 되찾으면서 일본노래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해변으로 가요’ 작사·작곡자가 김희갑 씨도, 키보이스멤버 장용 씨도 아닌 재일교포 이철 씨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씨가 ‘해변으로 가요’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돼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1980년대였다. 그는 “당시는 한일 음악교류가 거의 없는데다 저작권협정마저 없어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곡 ‘해변으로 가요’가 우리말로 번역돼 서울시민회관에서 소개되면서 ‘주간조선’(2002년 8월 1일자)이 키보이스가 이철 씨 허락을 받아 노래를 취입하기까지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 씨는 주간조선 보도 후 2003년 저작권 확인소송을 냈다. 부산지방법원 민사7부(재판장 윤근수 판사)는 원고(이철)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가 피고(장실비아)를 상대로 낸 저작권 확인소송에서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해변으로 가요’가 원고의 저작물임과 그 저작권이 원고에게 있음을 확인한다”고 2005년 7월 13일 판결을 내린 것이다.

윤근수 재판장은 판결이유에서 “당시 이호철이 한국말로 번역한 ‘하마베에이꼬’ 가사와 이 사건의 노래가사가 같고, 페스티벌공연 때 연주하거나 페스티벌공연을 위해 연습한 ‘하마베에이꼬’ 악보와 이 사건의 노래악보가 대부분 일치하는 사실, 키보이스가 위 페스티벌에 참여한 1968년 전에 이 노래를 공연하거나 키보이스 가요앨범에 실린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해변으로 가요’저작권은 원고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피고인 장씨는 이에 불복, 상급법원까지 올라갔으나 결국 졌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2007년 2월 부산고법 판결에 대한 장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키보이스멤버였던 장용 씨 유족인 피고 장모씨는 1998년 6월부터 저작권료로 받은 8천여만 원을 원고 이씨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서울시민회관에서 일본팀 ‘더 아스트로 제트’로 공연했을 때 ‘히비토타쓰노 하마베’(해변의 연인)를 불렀으며, 그때 참가한 키보이스에게 우리 노래를 부르도록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또 1976년부터 작품자가 키보이스로, 1993년부터는 김희갑으로, 1996년엔 장모씨 이름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해변으로 가요’ 저작권 법정다툼은 39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후 ‘해변으로 가요’가 빅히트했지만 키보이스는 작사·작곡가를 명시하지 않았다.

곡목과 같은 드라마도 인기

노래가 국제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히트하자 김세환-김희진, DJ DOC, 비쥬, 노브레인, 강촌사람들, 권윤경 등 여러 노래그룹과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불렀다. 곡목과 같은 드라마도 나왔다.

2005년 7월 30일부터 9월 11일까지 SBS-TV가 ‘해변으로 가요’란 드라마(14부작)를 방영했다. 이청아, 이완, 전진, 강정화 등이 출연한 청춘멜로물로 시청자들 사랑을 받았다. 전국의 횟집, 맛집 등의 상호로도 많이 쓰여 노래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키보이스는 1964년 결성된 5인조 록밴드로 유명했다. 윤항기(드럼), 유희백(보컬, 이후 차중락으로 교체), 옥성빈(키보드), 차도균(베이스), 김홍탁(기타리스트)이 참여했다. 애드 훠, 코끼리브라더스와 더불어 우리나라 록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1969년 5월 ‘제1회 보컬그룹 경연대회’ 때 최고상과 인기상을 받으며 인기그룹으로 떴다. 처음엔 주로 팝음악의 번안곡을 노래·연주했다. 1960년대 말∼1970년대 초엔 ‘바닷가의 추억’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1971년을 끝으로 음반을 내지 않았다. 원년멤버 김홍탁, 윤항기, 차도균 등은 가수, 연주인, 제작자로 음악 관련활동을 이어갔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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