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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그간 해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와 관련해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국무조정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과 정 총리는 주택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그간 검토해 왔던 대안 외에 주택 용지 확보를 위해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확보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국가 소유 태릉 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계속 논의를 이어가도록 했다.

홍남기 부총리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 언급…논란 점화
기재부-국토부-서울시 입장 차이에 ‘불협화음’ 눈총

연이은 정부발 부동산 대책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에 공급 방안의 일환으로 그린벨트 논의가 시작된 건 지난 14일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그린벨트에 대한 문제도 점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

그러자 15일 국토부 박선호 제1차관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그린벨트 활용은 신중하게 봐야 할 사안”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와 국토부가 서로 다른 이견을 내세우며 부처간 엇박자를 보이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15일 기재부와 국토부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에 관해 논의된 바 없다”면서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과 대비되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 자료에서 두 부처는 “정부는 향후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주택 공급을 위한 모든 가능한 대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그린벨트에 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에 정부 부처 간의 불협화음은 물론, 기재부 내부적으로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불과 3시간만에 국토부 박선호 1차관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면서 기존 발언을 번복했다.

이처럼 정부부처 입장이 그린벨트 해제로 기울던 가운데 서울시는 15일 그린벨트 관련 입장문을 통해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면서 “그린벨트는 개발의 물결 한 가운데에서도 지켜온 서울의 마지막 보루로 한 번 훼손되면 원상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불협화음이 이어지자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자체 이견 조정 없이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하면서 청와대의 현재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여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가세했다.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이제부터라도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를 하는 21세기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총리 역시 19일 방송을 통해서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복원되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 입장에 기류 변화가 흐르면서 ‘신중론’으로 다시 방향을 튼 것이다.

결국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지만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정부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20일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간다는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발표를 환영하고 감사드린다”면서 “주택공급을 위한 다른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최종적인 입장을 밝혔다.

21일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의 시민단체들은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그린벨트 훼손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공급확대 핑계로 그린벨트를 한 평도 훼손하지 말라"면서 "국토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먼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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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그린벨트 해제 논의 중단 환영…재개발 등 추진해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그린벨트를 해제할 시) 집값을 잡겠다고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그린벨트 해제 논의 중단을 환영하는 뜻을 밝혔다.

박 위원은 “국가 공익이 큰 쪽으로 의사 결정이 돼야 한다”면서 “유동성이 많아 주택 공급의 부작용이 클 수 있어, 가용 토지를 확보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서울의 그린벨트는 도심의 허파”라면서 “해제를 하더라도 용도를 다하지 못하는 임야 개발 등의 제한이 있어야 하며, 재건축과 재개발을 함께 추진하지 않는다면 공급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은 먼 미래 이야기”라면서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서울 재개발·재건축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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