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유명 인사의 죽음은 일반인에게는 관심거리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닐 수 있는 사회적 파장으로 인하여 늘 화제가 된다.

어떤 분들은 5복 가운데 하나인 고종명(考終命)의 복을 누려 일생을 살다가 천명(天命)를 마치기도 하지만 간혹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분들도 있다. 물론 비록 스스로 택한 것이라 하여도 그것이 사회적인 것이기도하다. 뒤르껭 같은 사람은 사회 구성원은 분명히 개인의 의지와 자유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에서 오는 압력으로 의식과 자유가 구속된다는 사실을 적시하기도 했다.

죽음은 생명체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름을 뜻한다는 사전적 의미 외에도 여러 갈래의 의미가 부여된다. 삶과 연결지어 죽음을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고 지각의 영역을 넘어서는 다른 차원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인류를 위해 희생하시고 부활하셨으며, 불가(佛家)에서는 죽음이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蟬脫)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시작(輪回)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가를 대표하는 공자께서는 논어 선진(先進)편에서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未知生 焉知死)”라고 하셨다. 주자(朱子)는 이를 ‘처음에 근원적 이치에 바탕에 두고 이를 추구하면서 사는 것을 알지 못하면 끝을 돌이키어 죽음을 알 수 없다(非原始而知所以生 則必不能反終而知所以死)’고 풀고 처음과 끝은 두 개의 이치가 아니라하였다. 아마도 스스로 성찰하고 남을 돌보면서 열심히 살고서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죽음을 소중한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곧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산다는 것과 하나이리라.

그런데 이러한 죽음 가운데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최악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고종명의 천복과는 대척점에 있다. 인류가 지닌 생명 존엄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흔히 사회학의 종주(宗主)라 평가받는 뒤르껭(Durkheim E., 1858-1917)은 자살의 유형을 사회통합이나 규제와 관련지어 이기적, 이타적, 아노미적(anomic), 숙명적인 것으로 분류했다. 정신 질환의 경우처럼 개인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일어나는 것이 이기적 유형이라면 과거 일본의 카미카제와 같이 집단에 너무 매몰(동화)되어 발생하는 것이 이타적인 것이다.

또한 당연하게 여겨진 가치관과 규범이 혼란에 빠지고 현재와 미래를 유의미하게 연결해주는 자기 연속성(self-continuity)을 확보하지 못한 개인에게 간혹 일어나는 것이 아노미적인 것이다. 간혹 인기가 급락한 연예인의 충동 등이 그 예일지도 모른다. 숙명적인 유형은 전쟁 포로 등에서처럼 강력한 구속과 통제에 의한 것이다. 뒤르껭의 이러한 분류 뒤에는 자살 역시 사회적 실제라는 생각이 담겨있을 것이다.

죽음은, 특히나 스스로 극단적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도 사회적일 수 있지만 그 영향을 생각하면 사회적/교육적 파장이 너무나 크다. 유명인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최근 우리는 행정가, 국회의원, 정치인, 연예인 등의 여러 극단적 죽음의 사례를 겪었다. 그들이 유형이 이기적이든 아노미적이든 간에. 공자의 가르침처럼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삶의 이치에 충실하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가득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더 이상 고종명의 복 이외에는 죽음을 미화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 자살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에게 유명인이 벌이는 죽음에 대한 극단적 선택은 정말 우려스러운 행동이다.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정말 두렵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k-lee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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