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무용지물 부설 주차장 법제 개선 절실하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7.13 21:45
[여성소비자신문]주차장법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주차조례에 따른 ‘인근 부설 주차장’ 조항이 일상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빗발치지만 아직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 시설물에 반드시 설치토록 돼 있는 건축물 부설주차장이 무단 용도변경 등 형식적인 운영으로 무용지물 사례가 허다하다. 건축물 부설주차장 대부분이 불법 용도변경 등으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어 소비자(이용자)들에게 심한 불편을 주고, 도심지 주차난을 가중시키는 등 인근 도로가 불법주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해당 건축물 주변의 주민들에게도 막심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특히 건물주들은 건축물의 준공검사가 끝나면 부설주차장에 상품을 진열하거나 창고 등으로 사용하고 있어 강력한 행정 규제가 필요한 반면 지속적인 행정지도와 함께 주차장법령과 건축법령 등의 법제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부설주차장이란 주차장법 제19조에 따라 위락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판매시설, 운수시설, 의료시설, 운동시설, 업무시설, 방송통신시설, 장례식장, 근린생활시설, 다가구주택, 공동주택, 오피스텔, 골프장, 골프연습장, 그 밖에 주차 수요를 유발하는 시설에 부대하여 설치된 주차장으로서 해당 건축물 시설의 이용자 또는 일반의 이용이 제공되는 것이다. 보통 건물 지하나 건물 옆 토지에 붙어 있는 주차장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건축물의 건축면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주차장법령의 부설 주차장 설치 조항에 따라 건물의 반경 300m 이내에 주차장을 확보하거나, 도보로 600m 이내의 거리에 부설 주차장을 설치하면 건축 허가가 나게 되어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주차장법에 근거하여 주차장 설치조례를 두고 부설 주차장의 용도변경 등을 용이하게 하여 편법 사용 등을 부추겨서 오히려 소비자(이용자)의 편익 증진과 장애인의 불편을 무시하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법률 제17조(장애인전용주차구역 등)에 따르면 “누구든지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물건을 쌓거나 그 통행로를 가로막는 등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문화 했다. 주차장법 제19조의4(부설주차장의 용도변경 금지 등)의 경우 “부설주차장은 주차장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반해 정당한 사유 없이 부설주차장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지 아니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주차장법 제29조 재1항 2호).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 대한 예외규정이 폭넓게 인정되어 위치나 용도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제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한다. 즉, 시설물의 내부 또는 그 부지(제19조제4항에 따라 해당 시설물의 부지 인근에 부설주차장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그 인근 부지를 말한다) 안에서 주차장의 위치를 변경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이 주차장의 이용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시설물의 내부에 설치된 주차장을 추후 확보된 인근 부지로 위치를 변경하는 것이다.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부설주차장이 용도를 벗어나 편법 운영되거나 무단 용도변경 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라는 언론 보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용도 변경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행정당국의 단속과 적발이 되풀이되기 일쑤이다.
 
무용지물이 된 부설주차장의 사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마트의 부설 주차장이 당초 허가목적과 다르게 악용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장애인 주차구역까지 불법으로 물건을 쌓아 놓고 부설 주차장이 창고로 쓰여지고 있어 이용자들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 당시에는 주차장법에 따라 확보한 부설 주차장 중 일부를 판매시설이나 세차장 등으로 용도 변경해서 운영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난다. 지하의 밀폐된 장소에서 영업행위를 하면서 잦은 소음과 공기 오염을 발생시키고 있어 또 다른 환경 오염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어느 부설 주차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주차하기 위해 어렵게 차를 몰고 갔으나 쓰레기 더미가 앞을 막아서는 사례도 있었다. 건물마다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비효율성을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부설 주차장이 허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건축 특혜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건물에 딸린 주차공간을 마련하지 않는 대신 부설 주차장을 확보해 건축허가를 받으면 주차 공간 만큼의 면적에도 건물을 지을 수 있어 결국 전체 건물의 연면적을 넓힐 수 있고 건물의 재산가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법이 편법을 부추기고 되레 도심 주차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부설 주차장 바닥은 차량이 언제 주차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대부분 묵은 때가 끼어 있다. 사실상 사용되지 않는, 건축 허가용 부설 주차장인 셈이다. 부설 주차장을 확인한 결과 해당 건물의 주차장임을 알리는 표시판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물 이용자들이 600미터씩 멀리 걸어가야 하는 부설 주차장에 과연 몇 사람이나 주차하고 있을까?

대신 이 해당 건물의 주변에는 소비자(고객)들의 차량과 주민들의 차량이 뒤엉켜 통행을 방해하고 주민들에게 소음과 매연, 환경오염 등 각종 피해를 입히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도시의 경우에는 사실상 건축 허가용 부설 주차장으로 마련한 뒤 실질적으로 주차장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작은 도시에도 자동차가 급증하여 “건물에 딸린 주차장이 없어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가 잦은데 왜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강력한 행정 규제와 법제 개선을 서둘러야
 
‘강 건너 주차장’, ‘숨바꼭질 주차장’ 등 무용지물 부설 주차장이 늘어나는 이유는 행정당국의 탁상 허가와 부실한 관리, 현실에 맞지 않는 법 조항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강력한 행정 규제와 법령과 조례의 개정을 통해 실효성있는 주차장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첫째, 부설주차장을 편법이나 불법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규제하고 행정지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주차장법상 “부설 주차장은 주차장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보다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용도 변경 등을 악용하여 주민들이나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에는 강력한 행정 규제가 필요하다.

아울러 건축물과 먼 거리에 위치한 부설주차장을 이용하지 않고, 건축물 주변에 불법 주차 등으로 교통을 방해하거나 주민의 주거환경을 해치는 경우에는 철저한 단속으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울 등 대도시의 건축물이나 대규모 공공건물의 주차장 시설을 합리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인정된 부설 주차장 제도를 중·소도시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새로 건설하는 주택단지나 넓은 토지를 가지고 건축물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당해 건물의 지하나 지상에 반드시 주차장 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무용지물이 되기 쉬운 주변 환경을 가진 건축물에는 부설 주차장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부설 주차장 관련 주차장법과 건축법 등 관계 법령과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조례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인근에 부설 주차장만 구비하면 건축허가를 내주는 법 조항도 개선이 필요하다. 건물마다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는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부설 주차장 기준이 마련됐지만, 건물에서 직선거리 300m나 도보로 600m를 걸어가야 하는 불편한 부설 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일부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그린파크사업 등 탄력적 주차공유 시스템의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근린생활 시설의 제한된 주차 공급 용량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주차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주차 공유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하다.

점차적으로 공유 주차 개념을 이용한 다양한 맞춤형 건축물 부설 주차장의 활성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겠다. 민간 소유의 건축물 부설주차장과 해당 지역에 위치한 공영 및 공공 주차장을 공동 풀(pool)로 이용하는 공유 주차제를 적극 도입해야 할 것이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