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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항공업계에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열흘 안에 선결 조건 불이행 시 (인수합병)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으나 이스타항공이 열흘 안에 선결 조건을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우려다.

이같은 상황에 이스타항공 노조는 '제주항공 규탄집회'에 나섰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스타항공이 보낸 선결 과제 이행과 관련한 공문을 검토하고 1일 이 같은 답변을 보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공문을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하고 이스타항공에 800억원 이상의 금액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에는 체불 임금 약 250억원을 포함해 타이이스타젯이 항공기를 임차할 때 이스타항공이 지급 보증한 370억원 가량, 기타 연체한 조업료·운영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 간 계약서에는 선결 조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때 10영업일이 경과하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올 1분기 자본총계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3월부터 모든 국제선, 국내선 노선을 비운항하며 매출을 내지 못했다. 지난 4월부터는 계약직 직원을 포함해 약 350명 가량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직원들의 임금 체불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제주항공과의 M&A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 단기간 내 수백억원대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희박한 탓에 업계에선 파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이같은 상황에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2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향후 투쟁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고 3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애경 본사 앞에서 '제주항공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당초 제주항공 측에서 이스타항공에 '셧다운'(운항 중단)과 희망퇴직을 유도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을 내놨다.

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녹취파일을 입수, 지난 3월 20일 당시 제주항공 사장이었던 이석주 AK홀딩스 사장이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과의 통화 중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노조는 당시 통화에서 최종구 사장이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하자 이석주 사장이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사장이 "희망퇴직자에겐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나.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라고 하자 이 사장은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고도 밝혔다.

노조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희망퇴직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으며, 양사간 기업결합심사를 위해 의도된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체불 임금과 관련해 제주항공이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이삼 이스타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제주항공이 MOU 체결 후 자신들이 구조조정을 지시해 왔고, '코로나19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놓고도 3월 이후 발생한 부채를 이스타항공이 갚으라니 날강도나 다름없다”라며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려 인수매각을 파탄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구조조정 작업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을 못 받았고, 셧다운으로 손실을 줄이지 못해 부채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제주항공이 인수를 거부한다면 정부 지원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파산 말고는 다른 길은 없다”며 “이때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고의로 파산시켰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제주항공이 지난 5월 항공교통심의위원회의 운수권 배분에서 정책적 특혜를 받았다고 보고있다.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선 상황을 통해 11개 노선을 배분받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제주항공을 규탄하고 정부의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 피켓팅 등 투쟁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오는 4일 오후 2시 민주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이후 시민단체들과 대책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조만간 이 의원과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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