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찾았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후 '현장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27일 오후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찾아 1시간 30분 가량 현장을 둘러봤다. 유통BU장인 강희태 부회장 및 황범석 백화점사업부 대표와 동행했다. 신 회장은 이날 각 층을 돌며 영업 상황을 파악하고 백화점 3층에 마련된 MVG(우수고객) 라운지에 직접 들어가 고객 반응을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만큼 현장 경영을 통해 유통 사업의 현안을 직접 챙기고 그룹이 강조하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앞서 일본에서 귀국해 2주간 자가 격리를 마친 뒤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행보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3일 귀국한 신 회장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등을 방문했고, 지난달 3일에는 경기 안성에 있는 롯데칠성음료 '스마트 팩토리'를 방문해 전체 시설을 둘러봤다.

안성 공장은 롯데칠성 6개 국내 공장 중 가장 큰 규모로 약 4만평에 달하며, 롯데그룹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 프로젝트의 주요 지점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안성 공장을 설비 자동화 및 빅데이터·인공지능 등에 기반한 전략으로 미래형 음료 공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당시 신 회장은 “코로나 영향으로 디지털 전환은 더 가속화되고 그 범위도 확대될 것”이라며 "스마트 팩토리는 올해 주요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만큼 포스트 코로나에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그룹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원자재부터 제품 생산까지 제조 이력 추적이 가능한 만큼 식품 안전 대응 체계로 국민 안전에 기여해 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안성공장 방문 이후 시그니엘 부산 호텔 개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개관식에는 황각규·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도 동행해 ‘신 회장과 두 부회장 모두가 한 행사에 참석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경기침체에 빠진 상황에 새 호텔이 개관하는 만큼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호텔롯데는 그간 롯데그룹이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 ‘원 롯데’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다만 상장을 준비하던 와중 발생한 코로나19 사태에 주력 사업인 면세·호텔부문이 모두 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호텔롯데는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4.5% 감소한 1조874억으로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영업손실은 79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앞서 롯데지주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총 555억원 상당의 롯데푸드 주식 전량을 15만436주를 대량매매 방식으로 장내 취득한 바 있다. 이 또한 코로나19 사태 장기로 경영난을 겪는 호텔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이번 인천터미널점 방문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춘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연일  ‘포스트 코로나’를 강조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계열사 주요 임원 회의에서도 "코로나19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와 있다. 종식돼도 기존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이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법칙과 룰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신 회장은 "이번 위기만 잘 넘기자는 안이한 생각은 안 된다. 향후 예상되는 트렌드 변화와 우리 사업의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미래 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도 롯데지주 및 BU 주요 임원진들을 소집하고 비상경영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해 코로나 이후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회의에서 신 회장은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룹 전 계열사들이 국내외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지금도 위기지만 사태가 진정된 후가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의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변화시켜야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1분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면서부터 올 2·3분기에 대한 영향력을 분석해오고 있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사태 이후의 시장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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